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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상식

2021-10-09 (토) 김희원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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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악기 연습을 녹음하기 위해 핸드폰을 거치대에 끼우다 엉겁결에 911 버튼이 눌렸나보다. 깜짝 놀라 얼른 종료 버튼을 눌렀는데 곧바로 경찰서에서 리턴콜이 왔다. “미안합니다. 실수로 비상벨 키가 눌렸어요.” “다음부터는 잘못해서 비상벨이 눌렸어도 그냥 끊지 말고 기다리세요. 주소가 어떻게 되지요?” 나는 실수라고 하는데 주소는 왜 묻나 의아했지만, 묻는 말에 선선히 대답했다.

십 분쯤 됐을까? 경찰관이 현관 앞에 와있으니 나와 보라는 전화가 왔다. 너무 놀라 전화기를 든 채 맨발로 뛰어나갔다. “무슨 일 있나요?” “아무 일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기를 만지다 잘못해서 비상벨이 눌러졌어요.” 나는 같은 설명을 다시 하며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경찰관은 열린 창문을 통해 악기 소리를 들은 데다 손가락에 피크를 끼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듯했다.

해프닝을 말하며 경찰이 집까지 찾아온 것은 과잉 반응 같다고 하자 아들이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설명을 했다. “엄마, 비상전화가 들어오다 끊어지면 경찰들은 전화 연결을 막고 싶은 누군가가 강제로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확인하러 왔을 거예요. 경찰의 친절이 고맙고 안심이 돼요.”


처음으로 겪으면서 저지른 실수 중에 어떤 것은 용서가 안 되는 일도 있다. 한국에 나가 있을 때, 멋모르고 체크 지불 정지라는 행동을 했다가 비싼 벌금을 내게 되었다. 남편이 주로 사용하던 자동차의 등록 갱신 고지서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DMV 온라인을 통해 운행하지 않을 예정임을 밝혔다.

그런데 가족 간의 의사 전달이 잘못되어 아들은 고지서와 함께 자동차 등록 갱신비를 DMV에 보냈다. DMV 웹사이트를 잘 읽어보았으면 차를 팔 경우, 등록비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무조건 은행에 체크 지불 정지 신청부터 했다.

DMV에서는 괘씸죄를 적용했는지 등록비의 두 배쯤 되는 금액을 내라고 고지서를 보내왔다. 두 번에 걸쳐 선처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고 갱신 시작일 전에 차도 이미 팔았다는 서류를 보냈으나, 오히려 재산 차압까지 할 수 있다는 살벌한 편지를 보내왔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기부금이라 생각하고 일단 벌금을 내며 마무리했다. 실수한 것도 잘못은 잘못이니까.

<김희원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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