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재 총영사의 잦은 관저 행사가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17일 LA 총영사에 부임한 박 총영사는 올해 37건의 오찬 또는 만찬 관저행사를 치뤘다. 올해 들어 한 달 평균 4건의 만찬 행사를 관저에서 거행한 꼴이다.
이는 총영사관에서 자체적으로 공개한 일정을 분석한 것이고, 비공개 회동이나 행사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것이다. 전임 총영사에 비해 2배나 많은 관저 행사다. 과히 만찬 총영사라 불릴 만하다. 박 총영사의 이같은 잦은 관저 행사는 최근 총영사관 산적한 민원업무와 업무 처리 지연, 대기시간을 감안할 때 그 역할을 되짚어 봐야 한다.
영사관의 역할은 재외국민 보호 역할 수행과 비자발급 등 영사 서비스 업무다. 즉 재외 한인들이 거주국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을 때 앞장서 한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비자발급에서부터 여권, 증명서 발급 등 교민들을 위한 행정서비스를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LA총영사관의 민원 업무 현실은 어떤가. 언론사에는 거의 매일 “영사관에 예약을 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 영사 업무가 옛날보다 훨씬 더 신속해졌다고 하지만 늘어난 한인 수와 한국 방문자 수 증가를 감안할 때 아직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관저 만찬행사의 대부분이 한인 정치인, 각 단체 임원 초청 만찬이다. 한 인사는 ‘만찬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꼭 가야되느냐’며 되묻기도 한다. 한때 관저행사에 초청받으면 우쭐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총영사는 주류사회에 진출한 정치인을 격려하고 단체 임원들을 초청해 대화를 한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한인들과 대화를 원한다면 직접 거리로 나가 마켓 모퉁이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도 만나고, 주차장 안내원도 만나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도 관저행사에 초청해 애환을 듣고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워보라.
단체 임원들만 수십명씩 참가하는 만찬행사의 예산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 예산으로 민원업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 박 총영사의 외교부 감찰을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도 역대급으로 많았던 관저 행사에서 터져나온 내부 불만이다.
전문 외교관이 아니고 특임 공관장으로 임명돼 부임한 박 총영사는 그렇지 않아도 실질적 성과를 내는 외교 활동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고교동문이라는 태생적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처럼 잦은 관저 행사치레는 정치 행보나 실적 보여주기식 행보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총영사관이 마치 흥청망청하는 것처럼 비춰져서는 안 된다. 재외공관장으로서의 본연의 모습으로 국익과 재외 한인들을 위해 발로 뛰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