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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으로서의 나의 자랑은 보다 살아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

2021-10-08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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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영화 ‘다운폴’ & ‘다이애나’ 감독 올리버 히르시비겔

“감독으로서의 나의 자랑은 보다 살아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

영화 ‘다운폴’ 화면 캡쳐.

“감독으로서의 나의 자랑은 보다 살아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히틀러의 마지막 날들을 그린‘다운폴’과 영국의 전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사랑과 비극적 죽음을 다룬‘다이애나’를 만든 독일 감독 올리버 히르시비겔(64)을 영상 인터뷰했다. 히르시비겔은 지난 1970년 독일의 TV방송국을 통해 처음 방영된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 제작돼 전 세계에서 방영되고 있는 편당 90분짜리 형사 드라마 시리즈‘타토트’(Tatort)의 여러 에피소드를 연출하기도 했다. 히르시비겔은 비엔나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당신은 ‘다운폴’과 ‘다이애나’(다이애나 역은 네이오미 와츠가 맡았다)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는데 이렇게 실제 인물에 관한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런 주제를 반드시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선택해 그런 영화들을 만들게 했다고 해야 옳겠다. 그들은 내가 시대극을 잘 만든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나는 시대극을 좋아하는데 그 까닭은 과거의 세계를 재창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것은 현재의 얘기를 찍는 것과 아주 다르다. 나는 좋은 각본이 있으면 마음이 끌려 그 것에 도전하곤 하는데‘다이애나’가 그런 것이었다. 다이애나는 황금 우리에 갇혀 고뇌하고 시달리던 여자로 평범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이 것이야 말로 흥미 있는 사랑의 이야기다. 나는 늘 사랑의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로맨틱 사랑의 이야기가 아닌 고전적 의미에서의 진짜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려고 시도해왔다. 그런데‘다이애나’는 덴마크에서는 빅히트했으나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홀대를 받았다. 내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환영을 받든지 아니면 완전히 무시당하든지 그 반응이 확연히 구분되곤 했는데‘다이애나’는 이상하게도 지역적으로 다른 관객들에 의해 각기 다른 반응을 받았다.”


-‘다운폴’을 만들 때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 영화를 만들 때 솔직하고 사실에 정확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히틀러를 비롯해 그의 주변 인물들을 두려움과 불안과 결핍에 시달리는 사람들로 묘사하려고 애썼다. 의상과 역을 맡을 배우들(히틀러 역은 독일의 베테란 배우 브루노 간츠가 맡아 열연한다) 그리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 까지 사실에 충실 하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는 매우 독일적인 주제를 가진 것으로 과거 수십 년 간 나치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생긴 상투적인 것을 버리려고 싸우다시피 했다. 나는 나치를 과거 영화에서 묘사된 것을 재탕하지 않고 그에 대해 새로 정의를 내리려고 했다. 이 영화를 만들려고 전 세계에서 만든 전쟁영화들을 섭렵하다시피 했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실을 추측하는 식으로 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지금 바로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하나의 역사적 현실을 만들려고 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과거의 그 무엇을 재창조한다기보다 관객들이 보는 즉시로 그 내용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 역사적 현실이 되기를 원했다.”

-왜 할리우드에서 일하다가 흥미를 잃고 떠났는가.

“할리우드가 싫어서 떠난 것은 아니다. 내가 만든 할리우드에서의 마지막 영화인‘인베이전’(니콜 키드만과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고전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크게 감소되었다.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영화들이 양산되었는데 내게도‘X-멘’과 같은 영화를 감독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나는 그런 영화에 관심이 없다. 만약에 특수효과를 연출하는 감독이 따로 있고 나는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인물 묘사만 하라는 요청이었다면 그 제안에 응했을 것이나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고전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는 반면 TV에서 좋은 작품들을 만드는 경향이 부쩍 늘어 TV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나 TV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같다고 생각한다. 근본 작업은 같은 것이다. 나는 지금 두 편의 소규모 예술영화 연출을 놓고 미국회사와 협상 중이다. 협상이 잘 돼 유럽에서의 스케줄과 상충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할리우드로 돌아갈 것이다. 좋은 각본만 있다면 할리우드 뿐 아니라 터키나 러시아 등 세계 어느 곳에나 갈 용의가 있다.”

-‘X-멘’의 연출 요청을 거절했을 때 할리우드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날 좀 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러나 할리우드는 나 뿐 아니라 다른 유럽 감독들로 부터도 나와 같은 거절을 당한 적이 많아 그에 익숙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유럽 감독들은 영화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할리우드 감독들과 다르다. 그리고 나는 굶주리지도 않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도 있으며 모아놓은 돈도 있어 영화로 백만장자가 될 필요가 없다. 할리우드에서도 좋은 각본을 지닌 영화들이 나오는데 거의 모두 그 각본은 감독이 쓴 것이다. 따라서 각본을 쓰지 않고 감독만 하는 내게 그런 영화들의 연출 요청이 들어올 리가 없다.”

-당신이 만든‘다이애나’이후 BBC-TV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크라운’이 나왔고 또 크리스튼 스튜어트가 다이애나로 나오는 영화‘스펜서’가 만들어졌는데 왜 이렇게 다이애나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역사적으로 그와 비교할만한 여자가 별로 없다. 그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독특하게 두드러지는 소위‘잇 걸’(It girl)이었다. 반드시 뛰어난 연기자가 아니더라도 스타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가진 배우와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카리스마를 지녔고 물음표가 많은 여자이며 여자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두려움과 소망을 투영할 수 있는 틀을 지닌 사람이었다. 다이애나는 또 자선 사업 등 좋은 일을 하면서 미디아를 사용해 자기 명성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 일은 과거 영국 왕세자비들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사람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실수와 허물을 갖춘 인간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우리는 점점 더 같은 말을 계속해 반복하는 정치인들과 스타들로 둘러 싸여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영화나 TV를 가릴 것 없이 화면을 통해 진실한 사람과 정직한 사람을 보고 싶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독일 사람으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살고 있는데 아직도 자신을 독일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독일 사람과 비엔나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일에 따라 사는 곳이 각기 달라 내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내가 태어난 함부르크에서 보냈고 그 전에는 런던에서 2년을 살았다. 또 요즘에는 내 일본인 애인 때문에 도쿄에서 사는 시간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난 두 딸을 비롯해 내 가족을 오스트리아에서 키웠다. 독일인과 오스트리아인 간의 유머 감각을 비교하자면 난 내 고향의 유머 감각보다 이 곳의 그 것이 더 마음에 든다. 물론 함부르크 사람들도 유머 감각이 있지만 그 것은 내 유머 감각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비교하자면 그것은 영국 사람이 영국을 떠나기로 한 뒤 아일랜드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경우가 그렇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곳 사람들은 못 된 독일 사람들과 달리 날 친절히 대해줘 더욱 마음에 든다.”

-둘 다 호주 배우들인 니콜 키드만과 네이오미 와츠와 함께 일한 경험은.

“둘 다 뛰어난 배우들이다, 그들은 내가 여자들에게서 매우 좋아하는 특성인 그 무언가 야성적인 것을 지닌 사람들이다. 둘은 다 광채가 나고 매력적이며 멋지고 총명한 배우들이다. 함께 일한 것이 큰 기쁨이었다. 나는 깜짝 놀랄 아이디어를 지닌 배우를 좋아하는데 두 사람은 자주 영화의 장면과 어느 순간을 위한 경탄할만한 해석을 내게 가져와 함께 일하기가 참으로 즐거웠다. 둘 다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배우들이다.”

-당신이 이룬 가장 큰 성공은 무엇인가.

“인간적 개인적으로는 두 딸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내 행복의 순간은 두 딸과 함께 있을 때이다. 내 영화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영화를 다른 영화보다 좋아하긴 하지만 그들 모두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 같아 마음에 족하다. 사람들은 내가 영화를 서술하는 방법과 내가 창조해낸 인물들에 대해 공감하는 것 같다. 팬들로부터‘당신이 만든 영화는 언제나 인지할 수가 있다’는 반응을 받곤 하는데 이 것이야 말로 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 업적이다. 내 영화의 인물들은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보다 살아있고 실제적이며 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난 그런 인물들을 창조하는 것이 좋고 또 자랑스럽다.”

글 박흥진<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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