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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한방칼럼 - 자꾸 재발하는 질염, 자궁 아닌 몸 전체 균형 잡아야

2021-09-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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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여성 생식기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냉이라 하는데, 냉(冷)은 흔히 대하(帶下)라고도 부른다. 물론 여성의 생식기에서는 자연적인 생리 현상에 따라 생리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일시적으로 분비물이 나올 수 있으며, 또 성관계시 애액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아무런 분비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평소에도 분비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많은 여성들이 냉이 흐르는 증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냉이 가진 병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의학적으로는 질염이라 부르는데, 이는 여성의 몸에서 ‘자연스럽지’않게 흐르는 분비물은 반드시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임을 환기하기 위함이다.

많은 여성들이 이 질염에 대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는 것은 질염 자체가 여성의 외부 생식기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이라 심각성을 잘 못 느껴서도 있겠지만, 질염이란 질병이 그 증상 자체는 쉽게 치료가 되는 듯하면서도 자꾸만 재발하여 결국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상속에서 관찰하면, 많은 여성들이 위와 같은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채 본인의 증상을 그저 조금 지저분하거나 불편할 것뿐이라 생각하며 애써 외면하고 지내는 것을 본다. 그러다 증상이 더 이상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가 되면 그때서야 본격적인 치료에 임하는데 이런 뒤 늦은 대처는 여러모로 제대로 된 치료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본래 여성의 질에는 본래 여러가지 종류의 균들(정상균주)이 상주하고 있고 이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여성의 질이 곰팡이균같은 외부 세균에 감염되거나 ‘어떤이유’로 질내 ‘정상균주’의 세력균형이 깨지면 염증을 동반한 각종 분비물이 생기는 대하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한 현대의학적 접근법은 통상 분비물을 위한 세정제와 세균을 제거하기 위한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이다. ‘현재의 이상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치료를 진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세균을 죽이고 분비물을 씻어내는 치료의 경우, 증상의 완화 효과가 즉각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질의 상태는 근본적으로 개선이 되질 않으므로 거의 반드시 재발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세정제 자체도 자주 사용하기에는 여성의 몸에 독한 편이라 부담을 준다. 물론 기존의 불균형 상태에서 발생한 질병상태와 그로 인한 불편함은 기존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 시키기 악영향을 서로 끼치는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는 더이상 회복하기 힘든 정도까지 질의 상태가 악화되는 최악의 경우도 있기에 이러한 국지적인 치료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오랫 동안 치료를 하여도 낫지 않거나 자꾸만 반복해서 재발이 될 경우는 양방적인 치료만으로 몸이 스스로 자생력을 회복하여 치료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라 할 수 있다.

한의학적인 기준에서 자궁의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겨 냉증으로 인해 발생한 대하의 경우는 보통 맑은 색에 냄세가 적으며, 습열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대하의 경우는 분비물의 빛깔이 탁하고 냄세가 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맑은 분비물이 나오는 대하가 탁하고 냄세가 나는 대하보다 치료에 많은 시간을 요한다. 치료는 탕제 형식의 한약처방이 주가 되는데 대하의 원인에 따라 비위의 기운을 끌어올려 습담을 제거하거나, 신기와 진액을 보충하고, 혹은 자궁의 기혈순환을 돕는 식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치료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침, 훈욕, 좌약같은 치료법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탕제를 중심으로 한 한약치료가 기본이 된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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