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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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바람’

2021-09-20 (월)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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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하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막대하다. 파이로트는 할 수 있는 대로 활주로를 빨리 벗어나려고 궁리한다. 만일 비행기가 뒤에서 밀어주는 순풍을 타고 이륙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행기는 앞으로 빨리 전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륙하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뒷바람만으로는 항공기가 이륙할 때 필요한 양력을 얻지 못한다. 좀 힘들고 느리게 전진해도 앞에서 세차게 부는 맞바람을 맞으며 이륙을 시도해야 푸른 하늘을 향해 사뿐히 떠오른다.” (존 앤더슨의 ‘항공우주 비행원리’ 중에서)

항공기 뿐 아니다. 도약의 삶이 필요한 인간에게도 맞바람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저항의 힘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욥의 신앙을 칭찬 했다. “땅위에 욥과 같이 순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없다.” 시기심 많은 사탄이 대답한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하나님을 경외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사탄은 욥의 인격을 보상과 함께 일어서고 넘어지는 존재로 보았다. 무서운 비판이다.

죄 없이 당하는 억울한 고난이 욥에게 주어졌다. 사탄의 간사한 의중을 알아챈 욥은 세차게 불어오는 시험의 맞바람을 순순히 맞았다. 억울해도 불같은 시험이 불어 닥쳐도 욥은 흔들리지 않았다. 끝까지 하나님을 신뢰했다. 욥의 신앙이 보상과 관계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사탄은 스스로 물러갔다. 그 후에 욥의 삶은 독수리처럼 도약했다.


가을과 겨울이 없는 열대 지역의 나무에는 나이테가 형성되지 않는다. 단단한 나이테가 형성되려면 추운 겨울이 반드시 필요하다. 겨울에는 햇빛과 수분이 넉넉하지 않아 고난 중의 나무는 작고 단단한 세포를 천천히 신중하게 만들어낸다. 겨울에 천천히 만들어 낸 나이테를 추재(秋材)라고 하며 건물의 중심 기둥감으로 쓰인다.

4차 산업의 주인공 인공지능이 무서운 건 인간의 일을 빼앗아 갈 경제문제 때문이 아니다. 정말 무서운 건, ‘신중한 사고의 과정’없이 내놓는 컴퓨터의 비호같은 결론을 맹종하는 인류의 성급한 선택에 있다. 신중함의 미덕을 배척한 현대인은 점점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버리고 기계처럼 전락할 것이다. 그것을 보여준 사건이 섬마을 성폭행 사건이다. 그들은 놀랍게도 스마트 폰으로만 대화하면서 범죄 구성을 한 순간에 완성했고 범행 시간은 한 시간도 채 안되었다. 20-30년 전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러워 가난하고 고단하게 살았지만 세찬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신중한 품위는 잃지 않았다.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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