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지사 소환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2021-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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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관심을 끌었던 캘리포니아의 주지사 소환선거가 개빈 뉴섬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2,200만 명의 가주 유권자들 중 약 41%가 투표한 이 선거에서 뉴섬 주지사는 63.9%의 ‘리콜 반대’ 표를 얻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 선거는 애초부터 소환 이슈가 안 되는 억지 선거요, 2억7,600만달러를 낭비한 소모전이었으며, 대안후보가 46명이나 난립했던 ‘서커스’였다. 민주당 강세의 ‘블루 스테이트’를 장악하려는 공화당의 지원을 업고 래리 엘더의 ‘블랙 트럼피즘’이 득세하자 막판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까지 지원유세를 펼쳤을 정도로 노골적인 당파적 분열상을 드러낸 선거이기도 했다.

그 난리 끝에 원점으로 돌아온 지금, 가주의 리콜 제도에 대한 회의와 비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쓸데없는 선거에 수억 달러의 세금이 낭비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코비드-19 팬데믹에 경제위기, 가뭄과 산불 등 심각한 기후위기로 어느 때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때에 완전한 자원낭비였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주의 주지사 소환제도는 110년 전인 1911년에 제정되었다. 처음에는 무능하거나 부패한 공직자를 주민이 직접 퇴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았으나 이후 거의 모든 주지사가 한두 차례 이상 리콜을 당하는 등 남용되고 실제 소환선거가 이번까지 두 차례 실시되면서 그 기능과 폐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주지사 소환을 허용하는 주는 19개 주인데 그 중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의 리콜 제도가 가장 관대하다. 소환 절차가 쉽기 때문에 리콜이 그토록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주지사의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내가 지지하는 당이 아니라고, 내 이익과 맞지 않는다고, 누구든 소환을 시작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 정족수의 서명을 받아 제출할 수 있으니 지금처럼 당파 정쟁이 심각한 시기에는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소환절차를 보다 어렵게 만들고, 소환선거에서는 찬반만을 물어서 찬성이 나오면 부지사가 주지사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혹독한 시험을 통과한 차제에 주 의회는 주지사 소환제도를 엄격하게 손보아 더 이상의 자원낭비가 없도록 막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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