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질외교와 올림픽

2021-09-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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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은 제임스(James)였다고 한다. 영국에서 태어나는 남자 아이에게 붙여지는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최근은 달라져 올리버(Oliver), 해리(Harry), 조지(George)가 ‘톱3’를 형성했다고 하던가.

같은 앵글로색슨계의 나라 캐나다에서는 요즈음 자주 언급되는 남자 이름은 마이클(Michael)이다. 마이클 스페이버(Michael Spavor)와 마이클 코브릭(Michael Kovrig)이 바로 그들로 이들은 ‘투(two) 마이클로’도 불린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베이징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국에 억류된 지 1000일이 지나서다.


마이클 코브릭은 전직 외교관이다. 마이클 스페이버는 북한의 김정은과도 선이 닿는 대북사업가다. 이 두 명의 마이클은 무슨 죄로 중국에 구금돼 있는 것인가.

2018년 12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가 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그러자 베이징은 바로 중국에 체류해 있던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1명과 사업가 1명을 억류하고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그들이 바로 ‘두 명의 마이클’으로 스페이버는 중국법원에서 이미 11년 형을 받았고 코브릭은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중국공산당의 인질외교 희생자인 것이다.

중국에 체류 중 구금된 캐나다인은 이들뿐이 아니다. 또 다른 캐나다인 로버트 셀렌버그는 마약사범으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 외에도 최소한 10여명의 캐나다인들이 불투명한 이유로 중국에 구금돼 있다.

캐나다인만이 아니다. 미국, 호주, 일본, 영국, 스웨덴, 아일랜드 등 서방국가 국민들은 물론 대만, 홍콩 카자크스탄, 터키 국적자 등 수 십 명의 외국인들도 중국에 구금돼 있다.

무슨 이유로 외국인들을 잡아 가두고 있나. 한 마디로 ‘중국식의 제멋대로 이유’로다. 2년째 억류돼 출국을 못하고 있는 아일랜드인 사업가 리처드 오핼로런의 케이스가 바로 그렇다.

오핼로런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가 일해 온 회사 중국인 오너가 사기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중국당국은 그의 출국을 막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방문했다가 공권력에 의해 증발 당한다. 이런 외국인 숫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질외교가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어서다. 그 핫 포인트는 홍콩이다.

홍콩보안법은 홍콩이나 중국 본토 밖에서 법 위반 행위가 이뤄졌거나 외국인이 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도 기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법을 중국 공산당은 인질외교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휴먼 라이츠 워치 등 국제인권단체들의 경고다.

다른 말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을 비판했다는 죄목으로 외국인도 체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다.

관련해 새삼 한 가지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예정대로 온전히 치러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홍콩사태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진 인종청소.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대만해협에서의 무력과시. 거기다가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규명을 한사코 저지하려드는 베이징.

반인륜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데다 팬데믹의 대참사 책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중국. 그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운동은 이미 확산되어 왔다.

그런데다가 그 나라를 방문했다가 언제 어떻게 체포돼 증발될지 알 수가 없다. 뭐랄까. 법치가 아닌 정글의 질서가 지배하고 있다고 할까.

바로 그런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구심은 계속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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