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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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주세요

2021-09-11 (토) 이수진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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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방해요소가 존재한다. 눈앞에 놓인 음식이 식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초조해지고, 갑자기 나는 퀴퀴한 냄새에도 금세 대화에 집중을 잃는다. 좋아하는 노래가 들리면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뿐인가, 대화하는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에도 쉽게 감정이 상해 말문이 닫혀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주로 의견을 듣는 동시에 반박할 요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고민을 모두 털어놓기도 전에 급한 솔루션을 제시해서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을 관리하는 역할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액티브 리스닝(active listening), 적극적 경청에 관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했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게 적극적으로 ‘나는 당신의 말에 지금 귀 기울이고 있어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액티브 리스닝의 핵심이다.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바로 상대방의 말을 간추려서 반복하는 연습이다. 타인이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았거나 불만을 이야기했을 때 특히 효과적인 이 방법은 자칫하면 비아냥거림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올바르게 사용되었을 경우, 내가 들은 내용을 다시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틀어진 대화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주기도 한다. 혹시 요점 정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라면, 질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을 이리저리 확대해서 보는 것처럼, 미처 놓친 이야기의 숨은 디테일을 확대하고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연습이다.


상대방의 대화 내용 속에 이해가 잘 가지 않거나, 궁금한 점이 생각났을 때는 예의를 갖추어 질문해보자. 예를 들어 친구가 최근 회사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어?”라고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흐름을 끊지 않고 내가 상대방의 말을 따라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말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눈을 최대한 자주 쳐다보거나, 두 팔을 최대한 열어두고 두 사람 사이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제거해보는 것처럼 바디 랭귀지를 통해 표현하는 방법도 많다.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작은 표현들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또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나는 수없이 목격했다. 숨은 병기, 경청!

<이수진 /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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