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디케어와 노년 치아건강

2021-09-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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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건강한 치아를 오복의 하나로 꼽는다. 오복을 처음 언급한 책은 ‘서경’이다. 그런데 서경의 오복에는 건강한 치아가 들어 있지 않다. 서경은 장수와 부유함 그리고 건강과 덕행, 편안한 죽음을 오복으로 꼽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강한 치아를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치아의 건강이 장수와 전반적 신체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감안한다면 오복의 하나로 꼽아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치아의 건강은 다른 신체 건강에까지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물론 잇몸질환이나 충치 등은 당뇨, 심장병 및 치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주요 노인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노인들의 치아건강은 보다 더 중요하다.

치아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영향은 신체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일상과 사회생활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이로 인한 사회심리적인 문제는 노인들을 위축시키면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치아건강은 단지 구강 내 건강상태만 의미하지 않고 전신질환의 징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곤 한다. 그래서 구강을 ‘신체의 거울’이라고들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연방의회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치과진료 메디케어 포함 법안에 많은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오리지널 메디케어에는 치과진료가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턱 부상으로 인한 턱 재건 수술 등 응급 상황일 경우만은 예외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단독 치과보험을 들거나 자기 돈을 들여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노인들로서는 치과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룰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나타난다. 65세 이상 미국인들 가운데 지난해 치과를 한 번도 찾지 못한 사람은 절반에 달했다. 또 이 연령층에서는 5명 중 한명 꼴로 자연치아가 단 한 개도 남아 있지 않다. 미국 노년층의 전반적인 치아건강은 대단히 심각한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치과진료 메디케어 포함 방안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연방의회 차원의 노력이다. 법안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버몬트 주 연방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이다. 샌더스는 노인들의 절반이 적절한 치과보험을 갖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메디케어에 치과진료를 포함시키는 것은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단 여론은 아주 호의적이다. 최근 조사에서 84%의 미국인들이 덴탈과 비전 그리고 히어링을 메디케어에 포함시키는 안에 지지를 나타냈다, 공화당원들 가운데서도 4분의 3이 찬성했다. 보건산업 관계자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는 치과의사들의 저항과 반발이다. 미 치과협회는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메디케어에 치과진료가 포함될 경우 정부가 지급해주는 진료수가가 현재 노인 환자들이 자기 돈으로 내고 있는 진료비보다 낮을 것이기 때문에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 걱정한다. 그래서 이들은 치과진료를 메디케어에 포함시키더라도 수혜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연방의회 구도로 볼 때 이 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것은 지난 1965년 메디케어가 처음 시행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치아건강이 다른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메디케어가 그 명칭에 진정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되려면 치과진료를 커버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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