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핫도그와 수명 36분

2021-09-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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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부터 할리웃의 전설”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여행객들이 LA에 오면 “꼭 한번 가봐야지” 하는 곳, 바로 핑크스 핫도그 가게이다. 주인인 핑크 가족이 말하듯 “그냥 작은 핫도그 노점”인데, 할리웃의 라브레아 길을 지나다보면 그 가게를 놓칠 수가 없다. 날이면 날마다 손님들이 몰려서 장사진을 이루기 때문이다.

핑크스는 82년 전 가난한 부부가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장사였다. 베티와 폴 핑크 부부는 베티의 어머니에게서 50달러를 빌려 카트를 장만하고는 핫도그를 만들어 10센트에 팔기 시작했다. 그랬던 노점이 대를 잇는 가업이 되고 이제는 전국 10여개 지역에 지점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할리웃의 전설’이라고 할 만하다.

핫도그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이다. 뒷마당 바비큐를 할 때도, 피크닉 가서도, 밤중에 출출할 때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핫도그다. 조리법이 간단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맛도 좋으니 대중적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국민간식인 핫도그가 건강수명을 단축시키는 장수의 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핫도그 한 개 먹으면 수명 36분 단축”이라는 제목과 함께 미디어들이 연이어 보도하면서 최근 화제가 되었다.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는 가공육, 가공육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명단축 ‘36분’이라고 숫자를 제시하자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다르다. “두 개 먹으면 한 시간 수명이 줄어드는 건가?”하면서 긴장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미시건 대 연구진이 5,853개 음식들을 대상으로 수명에 미칠 영향을 분 단위로 측정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먹으면 그램 당 0.4분씩 수명이 단축되고, 과일을 먹으면 그램 당 0.1분씩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핫도그에 들어가는 소시지는 보통 61그램으로 가공육 그램당 기준으로 계산하면 수명 27분이 단축되지만 그 안에 든 나트륨이나 트랜스지방산 등을 감안하면 36분 단축 효과가 발생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그렇다고 음식 하나하나 먹을 때마다 일희일비할 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수명을 연장 혹은 단축시킨다는 음식들을 골라먹는다고 바로 수명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건강이나 수명은 식습관에 더해 정신건강, 스트레스, 운동, 교유관계, 라이프스타일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해도 어떤 음식이 얼마나 수명을 늘리고 줄이는지를 알아두는 것은 도움이 된다. 연구 결과를 보면 1인분 기준 베이컨은 6분30초, 피자는 7분8초, 더블치즈버거는 8분8초의 수명을 앗아간다. 반면 아보카도는 2분8초, 바나나는 13분30초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 연어 요리를 먹으면 13분5초 수명 연장 효과.

연구결과에서 드러난 뜻밖에도 좋은 음식은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이다. 땅콩버터에 심장에 좋은 건강한 지방이 들어있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서 수명을 33분6초 연장시킨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당장 오늘부터 아이들 간식을 핫도그 대신 피넛버터 젤리 샌드위치로 바꿔야 하겠다.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복잡한 숫자는 잊어버리더라도 고기나 가공육 등 동물성 식품을 줄이고 견과류, 야채, 과일, 콩류 등 식물성 음식과 해산물 위주로 식사한다는 원칙을 세워두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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