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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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렉서스

2021-09-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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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이라고 하던가. 북한을 지배하고 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른바 3대 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혈통을. 그러니까 김일성 가문의 혈통을 북한에서 비과학적인 우생학적, 봉건주의적으로 우상화해 자칭하는 용어가 바로 백두혈통이다.

이 백두혈통의 가계에 한 가지 흐르는 것이 있다고 한다. 최고급 음식에 대한 남다른 집착이다. 고급 포도주를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김정일은 살아생전에 포도주에 관한 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자랑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도 아버지에 뒤지지 않는 애주가에다 미식가다. 이와 관련해 수 년 전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김정은의 주량과 음식 취향에 관한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김정은은 평소에도 한 번에 와인 10병을 마실 정도로 애주가로 특히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을 좋아하는 것으로 이 기사는 밝혔다.


와인 뿐 아니라 스위스 치즈, 그 중에서도 특히 에멘탈 치즈의 열렬한 팬으로 김정은이 좋아하는 것 톱 10을 선정한다면 이 에멘탈 치즈가 단연 톱 1일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스시 역시 김정은이 좋아하는 메뉴 중의 하나다. 이밖에도 일본산 최상급 소고기 와큐 스테이크도 그가 즐겨 먹는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김정은은 고급술을 수입하는 데에만 한 해 평균 3000만 달러를 쓰고 있다.

거기다가 돼지고기는 덴마크, 캐비아는 이란, 멜론은 중국, 쇠고기는 일본의 고베, 뭐 이런 식으로 최고급만 수입 해다가 먹다보니 김정은이 혼자 먹고 마시는 데 소요되는 돈만 가히 천문학적 액수에 이른다는 것.

취미생활용 기호품도 모두 최고급이다. 김정은이 애연가라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애용하는 시가 제조기도 스위스제 명품이다.

‘메르세데스, 메르세데스. 롤스로이스, 또 메르세데스….’ 뉴욕타임스가 밝힌 김정은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자동차들의 브랜드들이다.

이 신문은 2019년 중동의 한 항구에서, 중국과 한국의 항구 등을 거쳐 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북한의 고급 승용차 불법수입과정을 추적하면서 김정은은 세계의 몇몇 부유한 나라 국가 지도자들을 겨냥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방탄 메르세데스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김정은의 자동차에 대한 취향이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이 특히 애호하는 차는 초호화 한정판 렉서스 LX570 SUV다.

그 차를 김정은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팬데믹으로 북한 경제가 얼어붙은 2020년의 엄혹한 상황에서도 북한당국은 이 렉서스 차량 구매에 필사적 노력을 편 것으로 보도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탕진했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 무역도 꽉 막혔다. 거기에다가 코비드 펜데믹이 덮쳤다. 그러자 북한은 문을 꽁꽁 닫아걸고 있다.

그 결과 전 북한주민의 75%가 영양실조 상태다. 게다가 또 한 차례 대기근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식이 잇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북한당국은 왜 그 호화 차량구입에 그토록 혈안이 됐을까. 김정은은 한 번 꽂히면 바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데다가 기존에 사용 중인 렉서스 LX570 SUV가 수해지역을 방문 했다가 진흙투성이가 됐다. 아마 그게 이유인 것 같다는 얘기다.

여기서 한 번 평양식의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목구멍으로 2000달러짜리 헤네시가 술술 넘어가는지, 그 비싼 일제 고급차를 반드시 타야 하는지…’

세상이 가는 방향과 정 반대로 가고 있는 평양. 이게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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