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타버스와 Z세대

2021-08-28 (토) 김영미 / 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강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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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의 변화 속도는 문화적 현기증과 멀미뿐만 아니라 낙오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이다. 세대라는 용어가 과거 30년 정도의 인생주기를 반영하던 것과는 달리 최근의 Z세대, 알파세대 등의 표현은 10년 정도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Z세대는 인터넷 출범과 더불어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말하고 평균 5개의 전자기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그 순간조차도 서로의 핸드폰을 보고 있고 감정적인 교류가 없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에 정당성과 명분을 주었고 불연속적인 생활변화 및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면적인 가속화를 가져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말한다. 과거에도 가상세계의 게임이 있었지만, 메타버스는 거의 현실생활과 비슷한 가상세계를 구현해놓는 것으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모든 것을 자의적으로 꾸며낼 수 있다. 명품으로 치장할 수도 있고, 원하는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의 현실과 다른 제2의 삶을 통해 대리 만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버스 시대로의 전환이 가져올 세상은 경제적 측면의 블루오션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는 부작용과 익명이 가져다주게 될 폐해 및 범죄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가 제도적 보완이나 검토없이 기존 금융시스템에 진입함으로써 가져온 끝이 없는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처럼, 메타버스는 사회문화적 가치에서의 심각한 혼돈과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늘 우리는 기술변화는 선한 가치를 지닌 발전이라 여겨왔고, 구태와 낙후로 인식되는 전통은 조속히 버려야할 폐기물처럼 인식해왔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위해 전통이 진정으로 폐기해야할 대상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전하는 상투적인 교류에서 벗어나 눈빛을 보며 이야기하고 경쾌한 웃음소리를 듣고 손편지의 감동을 담고 추억해보며 사는 일,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따뜻하고 진솔한 경험들이 앞으로 너무 많이 그리워지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김영미 / 데이비스 도서관 한국어강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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