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독서 칼럼- ‘이순신과 소나무’

2021-08-1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크게 작게
섬나라 일본은 답답함 때문에 항상 대륙을 사모했다. 그 사모는 탐욕으로 확장되었다. 전국시대가 열리는 14세기 이후부터 일본은 왜적이 창궐했다. 활동 범위를 중국과 동남아시아 연안까지 넓힌 왜적에겐 크고 튼튼한 배가 절실히 필요했다.

당시 해외 진출의 전초기지인 대마도에는 큰 배를 여러 척 만들 만한 단단한 나무가 없었다. 왜적은 풍부한 소나무 자원을 가지고 있는 조선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조선 침략을 통해서 왜적이 제일 먼저 노린 것은 소나무와 도공(陶工)이었다. (강판권의 ‘조선을 구한 신목, 소나무’ 중에서)

이순신은 한직인 전라 좌수사로 있을 때부터 왜적의 조선 침입을 간파했다. 이순신은 왜적의 전함(戰艦) 안택선이 삼나무로 만든 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순신은 뱃사람을 독려하여 송진이 흐르는 견고한 소나무를 잘라 3척의 거북선을 중수했다. 거대한 판옥선도 여러 척 만들어 왜적의 침입을 대비했다.


삼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빨리 성장하지만 재질이 무르고 나뭇결이 투박하다. 소나무로 만든 거북선이나 판옥선과 충돌하면 단번에 박살이 나고 만다. 전략의 대가 이순신이 왜적과 해전을 벌릴 때 접근전과 백병전을 특별히 선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진왜란의 해전은 소나무와 삼나무의 싸움이었다.

성경에 소나무 같이 향기롭고 단단한 사람이 있다. 다윗과 요셉이다. 다윗의 인격은 원수인 사울의 완고한 마음을 녹여낼 만큼 향기로웠고, 용기는 거인 장수 골리앗을 단숨에 넘어트릴 만큼 단단했다.

요셉은 꿈의 사람이었다. 요셉의 신나는 꿈 이야기는 형제들에게 자랑과 교만으로 들렸다. 형제들의 불타는 시기심에 의해 요셉은 죽음의 절벽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여 애굽의 종으로 팔렸다.

하나님의 꿈을 품은 요셉을 하나님은 지키시고 축복했다. 마침내 요셉은 애굽의 총리가 되었다. 여기서 요셉의 인격이 사뭇 향기롭다. 자기를 죽음의 절벽까지 몰았던 형제들을 높은 자리에서 용서하고 품어준 것이다.

요셉, 다윗, 이순신 같은 탁월한 리더의 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리더의 길은 언제나 뚜벅뚜벅 그 길을 가는 의식화된 자의 몫이다. 우리나라가 아무것도 없으면서 세계를 바라보고 ’최고‘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은 소나무의 ’으뜸의식‘이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 꿈틀거리며 살아 있기 때문이다. 애정 어린 관심으로 다시보라. 새 의식이 깨어난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