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이 생동하는 계절 8월, 그러나 좀처럼 종식 되지 않는 세균과의 전쟁으로 제한된 일상은 목줄 매인 애견 순이의 발걸음처럼 담장 안에서 뱅뱅 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화초와 텃밭에 부여하는 짬이 늘고 이에 답례나 하듯 여느 해보다 꽃과 채소가 실한 여름이다.
화초 중에는 십여년 넘게 길러온 선인장, 그도 빠질세라 새순 돋으며 자르르 초록빛 윤기가 흐르더니 어느새 꽃눈을 틔우기 시작이다. 일년에 한번 때로는 해를 걸러 한 두 송이 개화하는 꽃이다.
시아버님 생전에 이 선인장 꽃이 피면 길조라며 좋아하셨다. 그래서였을까. 그 때마다 좋은 일이 찾아 왔던 것 같다. 순백색 꽃의 크기는 지름이 한 뼘 정도로 크고 그 우아한 모습은 단 하루 몇 시간만 영접 할 수가 있다.
그것도 모두 잠든 밤 짙은 향기 뿜으며 피었다가 아침 여명에 후줄근 시들어 버리고 만다. 올해도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밤잠까지 설치는 나를 향해 여섯 송이의 꽃순이 동시에 용틀임 한다. 어느 깊은 밤 짙은 향기 속에 만개한 꽃 월하미인은 마치 순백색 날개 옷 입은 선녀의 하강처럼 느껴졌다. 걱정 근심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위로 하려 무리지어 핀 것일까.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는 97명 사망자와 1명의 실종으로 참혹하기 그지없는 사고였다. 잔해 더미에서 희생자를 수색하는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연일 계속되었다. 자선 단체에서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잘 훈련된 아홉 마리의 위로견을 파견 했다.
“저를 쓰다듬어 주세요”라고 쓰여진 파란색 조끼를 입은 위로견은 애틋한 사랑 가득담은 눈동자로 유족들과 구조대원 사이를 돌며 아픈 가슴에 기대어 주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애견들을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잠시나마 슬픔에서 빠져 나오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천지의 자연은 그윽한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어지러운 세상을 감싸 안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애견은 그 선한 사랑의 눈동자로 위로를 준다. 어느 날 팬데믹수기공모전에 당선된 이웃의 글을 읽으며 내 가족 살피기에만 연연하며 이웃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지축을 흔드는 제2의 바이러스로 또 다시 흔들리는 세상, 우리의 따뜻한 위로의 손이 필요한 때이다.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8월의 푸르름처럼 닫혀있던 마음을 활짝 열어보자. 오직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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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