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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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 수용과 거부

2021-08-10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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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던부레인(Dun blane)에서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였었다. 유치원 어린이 16명을 총으로 쏘아 죽인 끔찍한 범행이다. 살인자 토마스 해밀턴은 학교 체육관에 들어가 여자 아이 11명, 남자 아이 5명 교사 1명을 사살하고 자기도 자살하였다. 범행의 이유는 자기가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나는 뉴욕에서 목회할 때 강력범을 다루는 특별타격대(Strike Force)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강력범은 대부분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사람들입니다. 못된 인간도 받아주는 일이 종교인들의 주장이니 목사님들의 책임이 큽니다”하고 말하였다.

나는 미국에 이민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뉴저지 남부에 있는 우범소년 교육원(Ranch Hope for Boys)에서 일한 것이다. 거기에 수용된 약 70명의 소년들은 가정도 학교도 다룰 수가 없을 정도로 비틀어진 아이들이다.


그들은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모두가 우리를 싫어합니다”하고 말한다. 학교와 동네와 가정에서 거부를 당하자 극단적인 범죄자들이 된 것이다. 나는 영어도 부족하고 이미 40세로 나이도 너무 많았으나 그들이 나를 좋아하였다. 언제나 웃으며 그들의 친구가 되어 놀아주었기 때문이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뉴욕 사우스 브롱스에서 우범소년들의 좌담회가 있었다. 사회의 거부를 받고 있는 그들은 흔히‘거리의 늑대’라고 불린다. 한 소년은 이렇게 말하였다. “늑대는 배가 고프면 먹기 위하여 죽입니다. 우리가 이 사회에서 보고 배우는 것도 같은 원칙입니다. 우리를 아무도 받아 주지를 않아요” 그들은 거부(Reject) 속에서 수용(Ac ceptance)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폭력의 동기는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가정에서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아이들이 부모가 필요할 때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주면 된다. 아주 갓난 아이도 사람들이 자기에게 관심이 없을 때 던지고 울고 하여 관심을 끌려고 한다.

미국의 조사로는 어머니가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50분, 아버지는 겨우 40분이다. 10대 소녀의 임신이 연간 100만명, 가출 소년 소녀가 연간 150만 명이다. 수용 곧 받아들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부모의 과제이다.

스코틀랜드 행거포드에서 1987년에 발생한 대량 학살 사건도 맥락을 같이한다. 마이클 행거라는 청년이 거리에서 기관단총을 난사하여 16명을 죽였는데 세상이 자기를 무시한다는 단순한 동기였다고 한다.

무시를 당한다고 생각하는 심리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갖도록 정신적 환자를 내버려둔 것도 잘못이다. 정신적인 성장은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다. 칭찬도 하고 박수도 쳐주고 격려도 하는 사회 풍토가 필요하다.

벌로써 질서를 잡으려는 생각보다 받아주고 이해함으로서 사회가 미끄럽게 굴러가도록 이끄는 것이 정치가들과 모든 사회 지도자들이 취할 태도이다. 회초리 정책보다 당근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미국의 남북전쟁 때 방벽을 솜으로 쌓았더니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부드러운 것이 더 강할 수 있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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