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진 후 나의 과거 그리고 친구들의 과거를 돌아보고서, 나는 운명론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젊었을 때는 노력한 만큼 성공한다고 믿었었는데, 늙어지고 보니까, 노력한 만큼 성공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성공하는 데 있어서 노력과 근면은 꼭 필요하다. 노력 없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고, 근면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또한 타고난 운(運)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두 사람의 실력이 똑같은 경우, 타고난 운이 좋은 사람이 성공률이 더 높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2020년도 도쿄 올림픽에서 일어난 큰 화제(話題)는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24)의 기권소식이었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부터 도쿄 올림픽 전까지 져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금메달 19, 은메달과 동메달 6개를 획득했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여인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몇 개 더 따느냐가 관심사였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번에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멘탈이(정신적으로) 붕괴되고 말았다. 공중으로 뛰어 올라, “몸을 2.5회 비튼 후” 바닥에 꼿꼿이 선채 착지해야 했었는데, 그녀는 말하기를, “공중에서 1.5회밖에 틀지” 못하고서 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소위 균형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착지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들어 눕는 형태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나의 몸과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권했다고 말했다. 바일스가 기권했었기에, 미국의 수니사 리(18세, 라오스 몽족)가 대신 금메달을 타게 되었다.
이번 올림픽 게임을 관람하면서 느낀 점은, 다들 자기 나라에서 일등을 했었기에, 국가대표로 뽑혀 올림픽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더 실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선수나 팀들이 가끔씩 지는 일이 생긴다. 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는데 이겼고, 이기리라고 예견했었는데 진 경우도 더러 있었다.
특히 골프게임을 보면, 세계랭킹 1등부터 100등 까지는 실력면에 있어서는 다 똑같은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기기 위해서는, ① 그날 몸의 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② 그날 운수가 좋아야 한다. ‘안 들어갈 공이’ 쳤다 하면 기적같이 홀(Hole)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날 재수가 없는 사람들은, 평소 때 같으면 쉽게 홀에 넣을 공도 놓치고 만다. ③ 다른 사람들이, ‘일부러’가 아니라, 하여튼 살짝 자기보다 잘못 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일등이나 이등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이기지 못하는 선수들을 가끔 보곤 한다. 뜻하지 않게 이기는 선수들도 있다.
당선된 대통령들, 성공한 사업가들, 좋은 작품을 써낸 문학가들, 이분들은 평소에 노력도 많이 했겠지만, 또한 그만한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운명이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심성(心性)이 나쁘고 게으름을 피우면 좋은 운명이 나빠진다. 반대로 마음씨가 곱고 노력이 있고 근면하면, 나쁜 운명이 또한 좋은 운명으로 바뀌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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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