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중 하나가 무대에 서는 사람들일 것이다. 뉴욕 링컨센터는 클래식, 발레, 오페라, 연극 등 순수예술 일인자들의 꿈의 무대이다. 뉴욕 필하모닉, 아메리칸 발레, 뉴욕시티 발레, 메트 오페라, 뮤지컬까지 참으로 많은 공연이 이곳에서 이뤄졌고 한국뮤지컬 ‘명성황후’, 가곡 공연이나 한국 유수의 오페라단 등도 초청 무대에 섰었다.
이 링컨센터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고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설 무대가 없어진 예술인과, 조명, 무대장식 등 스텝들은 실직 했다. 예술인지원대책도 변변히 없다보니 먹고살기 위해 택시 운전, 식당 서빙, 택배 기사 등을 하고 있다. 생계를 위한 대책보다 더 힘든 것은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는 발레나 노래, 피아노 등, 1년 반 가까이 기약 없는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한시도 몸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올 봄, 일반인에게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봉쇄됐던 뉴욕이 문을 열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금, 문 닫았던 링컨센터가 뉴욕의 리오프닝을 기념하는 ‘유 아 히어(You are here)로 팬데믹 이후 처음 관객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고 하루빨리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고취하고자 ’리스타트 스테이지‘ 일환의 스페셜 프로젝트였다.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아트, 조각,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연계된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뉴욕무용단체, 메트 오페라단 카운트 테너, 뉴욕 시티 발레단 수석 무용수, 재즈 앳 링컨센터 연주자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맛보기 공연을 했다. 무엇보다도 시큐리티, 중환자실 간호사, 일반인이 코로나19 경험담을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바로 여기에 한국 포크록의 거장 한대수가 총 5회 공연으로 참여했다. 25일 저녁 분수대가 있는 허스트 플라자 야외무대에서 뉴욕 갈림(GALLIM) 무용단 남녀 9명 무용수가 분수대 물에 첨벙 뛰어들어 어우러져 추는 춤이 절정에 달하자 갑자기 ‘물 좀 주소’ 하는 한국어 가사가 크게 들려왔다. 기타를 맨 한대수가 동료 밴드와 함께 영어와 한국어로 노래하면서 무대를 활짝 연 것이다.
마지막 곡으로 그는 70년대 자신의 히트곡 ‘행복의 나라’ 를 불렀다. 뉴욕과 한국을 오가면서 학창생활을 보냈고 1970년대 한국 포크 록을 이끈 한대수는 2016년 외동딸 양호의 교육을 위해 뉴욕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뉴욕을 몸소 체험한 그는 코로나의 아픔을 겪은 뉴요커들에게 함께 희망의 나라, 행복의 나라로 가자고 했다.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세상을 떠보자/ 창문을 열어라 춤추는 산들바람으로 한번 또 느껴보자/…울고 웃고 싶소 내 마음을 만져 주 나는 행복의 나라로 갈 테야.....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르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
가족이, 친구가, 이웃이 코로나로 스러지고 삶과 죽음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 그래도 예술을 통한 치유와 상생을 희망하는 ‘우리는 살아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이번 공연은 뉴욕한국문화원이 링컨센터와 공동개최한 것으로 유일하게 한국 대중문화가 초청되었다,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로 연일 미국 빌보드 차트를 휩쓰며 새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한류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늘 일등공신이 ‘아미(ARMY)’ 팬들이라 한다. 우리 모두 링컨센터를 비롯 카네기홀, 브로드웨이 극장의 관객이 되고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예술가는 혼자 설 수 없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관객이 안보고 안들으면 의미가 없다.
힘들 때 같이 싸워주는 든든한 군대이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친구, 우리는 예술가의 ‘아미’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로 인한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며 내가 살고, 뉴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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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