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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의 올림픽 출전 논란

2021-07-27 (화)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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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체격 등을 바탕으로 기량을 겨루는 운동경기에서 남자였던 선수가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자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막된 가운데 뉴질랜드 남자 역도 선수였던 로렐 허버드(Laurel Hubbard)가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성전환) 선수로 여자 역도 경기에 참가하는 문제를 두고 국제적 논란이 뜨겁다.

올해 43세의 허버드는 2013년까지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하다 성전환 수술 후 2017년부터는 뉴질랜드 여자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여자로 바뀐 후 2017년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역도선수권대회 은메달에 이어, 2019년 사모아 태평양 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여성 역도부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여자 최중량급인 87kg 이상급에 출전할 예정이다.


허버드의 출전 소식에 충격을 받은 각국의 경쟁자들은“높은 근력을 필요로 하는 역도 경기에서 남성으로서 사춘기를 겪은 허버드의 근육량이나 골밀도가 선천적 여성 선수들에 비해 월등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출전을 허용하게 되면 올림픽 가치 중 하나인 페어플레이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IOC의 성전환 선수 허용 배경에는 트랜스 의학물리학자 조안나 하퍼(Joanna Harper)의 역할이 컸다. 자신이 남자 육상선수였다 여자로 성전환한 하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전환 수술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게 되면 신체적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는 반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증가한다고 한다.

남성 호르몬의 감소는 근육량과 골밀도,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감소로 이어지고 여성 호르몬의 증가는 체지방 증가로 이어져 선수의 속력과 근력, 지구력이 약화된다. 따라서 태생적 여자보다 성전환 여자 선수에게 특별한 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에 근거, IOC는 2004년 ‘스톡홀름 합의(Stockholm Con sensus)’를 통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선수들에게 올림픽 참여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후 신체 자기결정권을 불필요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2015년부터 규정을 바꿔 비록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성별을 공표하고 4년의 기간이 지났으며, 최소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혈중농도가 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미만으로 유지되는 경우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별 호르몬 수치만을 생물학적 남녀 선수 기준으로 삼다보니 선천적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기준치보다 높다는 이유로 여성 경기에 참가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 기준에 걸려 400m와 1,600m 여자 계주에 각각 참가할 수 없게 된 비운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약소국 나미비아의 18세 육상스타 크리스틴 음보마(Christine Mboma)와 18세 동갑의 베아트리체 마실링기(Beatrice Masilingi)이다.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은 이 선수들이 생물학적 여자임을 부인하지 않지만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에 따라 여성의 범주를 정의한 새 IOC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4년 이와 비슷한 처지를 이미 겪었던 인도의 여성 스프린터 두티 찬드(Dutee Chand)는 테스토스테론이 유의미하게 운동선수의 능력을 높인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스포츠 중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졸지에 새 규정의 희생양이 된 두 어린 선수도 결국 법정에서 재판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술의 발달로 성전환 수술이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를 반영하여 IOC는, 과학적인 트랜스젠더 기준을 마련하여야할 것이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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