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비가 가장 삼엄한 감옥은 콜로라도의 플로렌스 인근에 있다. ADX 플로렌스로 불리는 이 연방 교도소는 수감중에 한 번이라도 해를 볼 수 있다면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최대 수용인원은 490명. 지금은 관광지가 된 샌프란시스코 앞 바다의 악명높은 감옥 알카트라즈에 비유해 ‘로키의 알카트라즈’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 들어가면 최소 12개월은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 한 자료에 의하면 수감자의 평균 독거기간은 8년이 넘는다. 외부 세계는 몰론 수감자끼리도 철저하게 격리할 필요성이 있는 흉악범, 탈주자, 테러범 등이 수용된다.
코비드-19 정도는 명함도 내지 못할 정도로 악명높았던 전염병인 천연두는 박멸이 선언된지 30년이 더 지났다. 공식적으로 천연두 균은 지금 지구상의 단 두 곳에 보관돼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보관을 승인한 곳은 애틀란타에 있는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러시아 콜초보의 국립 바이러스 생명공학 연구소(VECTOR), 이 둘이다. 바이러스를 모두 없애려 했으나 만에 하나 천연두가 다시 발병할 경우 대책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혀 미국과 러시아에 각각 표본 보관을 허용한 것이다.
각종 병원균을 다루는 연구소는 필요한 안전조처에 따라 4단계로 나뉜다. 생물안전도(Biosecurity level) 1에서 시작해 4등급까지, 숫자가 높아질수록 강화된 안전조처가 요구된다. 노출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천연두 균이 보관된 두 연구소는 ‘바이러스의 알카트라즈’, BSL-4에 속한다.
예를 들면 이콜라이 박테리아는 BSL-1 연구소 , 인플루엔자나 HIV는 2, 결핵균은 3,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 등은 BSL-4가 취급한다. 4등급 연구시설로 분류되면 출입 때 반드시 가압멸균 과정을 거치고, 외부 병원균이 침범할 수 없게 우주복같은 양압 수트를 착용해야 하는 등 안전규정이 크게 강화된다. 연구소 위치도 주변의 교통량과 공기의 흐름까지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 영역에 속하는 BSL-4가 갑자기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때문이다. 코비드-19 원인균의 연구소 유출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치명적인 미생물을 다루는 연구소들은 과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한은 BSL-4 연구소중 하나다. 1956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6년전 필요한 시설을 갖추면서 중국에서는 처음 생물안전도4 연구소로 승격했다.
BSL-4 연구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등록된 것은 현재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것까지 더해 59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단계 아래인 3등급 연구소가 미국에만 1,000개가 휠씬 넘는 것과 비교된다. 4등급 연구소가 있는 나라는 23개 국이지만 유럽에 절반 가까운 25개가 있고 북미와 아시아에 각각 14개와 13개, 바이러스 감염병의 진원지중 한 곳인 아프리카에는 3곳이 있을 뿐이다.
연구소의 절대 다수는 국가가 관리한다. 각국의 공공보건 기관이 60%, 생물학전에 대비하는 국방 기관이 20%, 나머지는 대학에 있고, 민간 운영은 극소수다. 규모면에서는 우한이 3,000평방미터가 넘어 세계 최고지만 200평방미터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연구소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연구소들의 안전도다. 치명적인 균이 유출될 수도 있는 연구소의 안전은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가. 최근 런던의 킹스 칼리지와 조지메이슨 대학의 한 연구팀 발표는 다소 충격적이다. 안전도에서 만족할 만한 높은 점수를 얻은 연구소는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물학 연구소의 안전과 관련한 각국의 법률과 규정, 감독기관, 정책, 안전 훈련 등을 토대로 작성된 세계헬스안전 지수로 이같은 결과를 전했다. 생물안전도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국제기구에 가입한 회원국도 절반 이하여서 이 분야의 국제협력 노력 또한 크게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바이러스 연구소를 운영하는 목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치료와 예방인 반면, 또 하나는 세균전에 대비한 것이다.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바이러스의 기능 강화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BSL-4 랩이 있는 나라 중에서 국가 차원에서 연구의 이같은 이중목적을 감독하도록 명문화된 정책을 갖고 있는 곳은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3개국 뿐이다. 독일, 영국, 스위스 등 서유럽 3개국은 연구결과의 수혜자들에게 연구에 포함됐을 수 있는 ‘또 다른 목적’을 검토하도록 요구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마지막 천연두 희생자는 실험실 유출로 감염됐다. 1978년 영국 버밍엄 의대 실험실에서 촬영기사가 감염돼 숨졌다. 연구 책임자인 과학자는 자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우한 연구소 유출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대다수 연구소의 안전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만에 하나, 천연두 균이라도 유출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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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