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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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서 철군을 한다는데

2021-07-15 (목)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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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전쟁영화 중 ‘햄버거 힐’(다져진 고지)이라는 베트남 전쟁영화가 있다. 1969년 5월10일부터 5월20일까지 10일동안 베트남 압비아산의 937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미군은 1,800명의 육군을 동원했고, 총 1만9,213발의 포탄을 쏘았고, 공군은 272회 출격하여 890톤의 고폭탄과 115톤의 네이팜탄 폭격을 가하여 울창한 밀림의 937고지를 민둥산으로 만들면서 장악하였다.

미군 79명과 남 베트남군 31명이 전사했고, 372명이 부상당했으며, 헬리콥터 수대가 격추되었다. 그리고 미군 추산 630명의 북 베트남군이 전사했다. 문제는 엄청난 전투를 치른 2주후 미군은 그냥 철수를 했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북 베트남군이 무혈입성 하였다는 것이다.


1964년 8월부터 1973년 3월까지 치러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당시 111억 달러의 전비를 퍼부었다. 이 전쟁의 시작은 내전이었지만, 미군이 참전하면서 미국 측 10개국과 베트남 측 6개국이 교전국으로 참전했고, 미군 5만8,315명, 한국군 5만99명이 전사했다. 미군 참전군인 83만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 받았고, 12만5,000명의 징집대상자들이 캐나다로 탈주했고, 5만여명이 탈영했다.

2021년 오늘, 2001년 9.11 테러에 대한 복수로 시작된 아프카니스탄 전쟁 20년 만에 미군의 전면철수가 시작되었다.

미국만 2조달러 이상의 전비를 퍼부었다. 물론 2011년 5월에 9.11테러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성과가 있었지만, 그해 8월6일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가했던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들 포함 38명이 탄 치누크 헬기가 탈레반의 공격으로 모두 전사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군에 위장 입대한 탈레반 요원에 의해 미 육군 헤럴드 그린 소장이 안전지대에서 피격 사망했다. 이런 엄청난 희생과 천문학적인 전비를 퍼부었지만 아프카니스탄의 운명은 패망한 베트남의 길을 걷고 있다.

2003년 대테러 전쟁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5조 달러 이상 퍼부은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했다. 애초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은닉했다고 하면서 침공했지만, 그것은 후세인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이라크 망명가들의 거짓 정보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라크가 무너지고 친이란 시아파가 힘을 갖게 되자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봉기하여 IS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고 중동을 피의 살육장으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미군이 떠난 이라크는 시아파의 이란과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니 중동의 반미 시아파의 힘은 커지고 두려움에 빠진 수니파는 미국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은 왜 이 전쟁들을 했는가? 그리고 그 전쟁들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 천문학적인 전쟁비용 때문에 미국인 전체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지만 이익을 본 집단들이 있다.

무기를 만드는 군수산업과 이들의 이익을 위해서 의회에서 로비하던 회사들, 그리고 이들 정보를 가지고 군수기업 주식을 미리 사 모았던 월가의 큰손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또한 전쟁을 기획했던 관료들은 이후 군수기업과 군수로비 회사에 고액연봉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전쟁을 주도하고 표를 던졌던 정치인들은 스스로 애국자라고 늘 자기 자랑을 한다.

식량과 에너지 모두 자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자원 부국이자 기술 선진국, 그리고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이 왜 엄청난 국력 낭비를 하면서 아까운 청춘들의 생명을 희생하고 끊임없는 전쟁을 해야 하는지… 이제는 유권자들이 제대로 따져보고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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