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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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한 조기 종식

2021-07-13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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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잡히는 것 같았던 코로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LA카운티에서는 지난 3일간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불과 한 달 전 가주 전체 확진자수가 하루 1,000명 이하이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있다. 가주와 LA에서 확진자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백신 접종자가 별로 없던 지난 3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적인 상황도 비슷하다. 한 때 하루 1만명 이하로 떨어졌던 확진자 수는 이제 1만 9,000명 대에 이르고 있다. 2주전에 비해 60%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젊은 층이 백신을 잘 맞으려 하지 않는데다가 인도발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는 거의 걸리지 않는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467만의 LA 주민 중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0.06%, 입원 환자는 0.004%, 사망자는 0.0004%에 불과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96%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으며 존슨&존슨은 92% 입원 예방과 60% 코로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백신은 오리지널은 물론 델타를 포함한 모든 변이 감염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지난 6월 LA카운티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의 89%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한번만 맞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LA에서 한번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도 40%에 이르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젊거나 중장년 층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목표한 7월 4일까지 전국민 70% 접종에 실패한 것도 이들의 비협조 때문이다. 질병 통제 센터에 따르면 18세에서 29세 사이 연령층에서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사람은 38%에 불과해 노년층 8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는 이유는 걸려도 별 거 아니라는 안이함, 백신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와 반감, 무관심 등이다. 실제로 젊은이들은 코로나에 걸려도 죽을 확률은 작다. 그러나 이들도 평생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있고 증상을 못 느끼더라도 주위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들은 노인들보다 사회 활동이 활발해 전파력은 더 강하다.

이처럼 무신경한 젊은 세대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배나 빠른 델타 변이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경제 봉쇄가 풀리고 백신을 맞지 않은 젊은 층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제 델타 변이는 가주에서는 총 코로나 환자의 43%, 전국적으로 5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은 더 큰 일이다. 한 때 하루 100명 수준으로 확진자가 나와 전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한국은 500명 선을 넘더니 이제는 연일 1,000명을 돌파하고 있다. ‘4차 대유행’으로 불리는 이번 확산을 잡지 못하면 이달 말에는 2,000명 선도 넘을 것이라 한다.

7월부터 경제 봉쇄를 완화하려던 한국 정부는 뜻밖의 폭증에 놀라 수도권 방역 수준을 가장 강력한 4단계로 올려 저녁 6시 이후는 2명이 넘으면 밥도 같이 먹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식당과 유흥업소들은 사실상 장사를 포기한 상태고 여름 방학을 맞아 여행 수요 증대를 기대했던 여행업계는 탄식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미주 한인 여행업계도 한국 정부가 자가 격리 면제를 확대한다고 해 기대를 걸었으나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한국 한번 다녀오려면 4차례나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해 여간한 결심 아니면 가기 힘들다.

한국에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들어가자마자 한 번, 자가 격리 끝나기 직전에 한 번,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한 번인데 입국 직후와 격리 종료 직전 받는 검사는 보건소에서 해야 하지만 미 입국 전 받는 검사는 일반 병원에서 자기가 돈을 내고 해야 한다. 보건소에서는 음성 확인서를 내주지 않기 때문인데 여행객의 편의는 조금도 고려 대상이 아닌 셈이다. 요즘은 검사 희망자 폭증으로 뙤약볕에 장시간 줄을 서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불편과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지금 인천 공항은 유령의 공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스산하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백신 접종의 확대인데 한국에서는 백신이 없어 놔주지 못하고 미국에서는 젊은 층들의 비협조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의 조기 종식은 요원해 보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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