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난 그대로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나무에 깃들여’>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나무에 깃들여 살아야 건강한데, 도시생활이 인간과 나무 사이를 너무 멀게 만들었다. 고층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자동차 행렬과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에서 나무는 들어설 자리가 없다. 미화 목적의 가로수들이 대로변에 일렬로 서있을 뿐이다.
나무 구경하기 힘든 삭막한 도시풍경이 앞으로는 바뀔 전망이다. 전 세계의 대도시들마다 ‘나무를 심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대대적 녹지조성 프로젝트이다.
예를 들어 뉴욕시는 지난 2007년부터 2015년 사이 도시 곳곳에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런던은 2050년까지 도시의 절반을 녹지로 조성해 세계최초의 ‘국립공원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파리는 4개 지역에 도심 속 숲 지대를 건설 중이다.
대도시들이 갑자기 ‘나무에 깃들여’ 살기로 한 것은 시민들의 정서적 필요를 고려한 때문이 아니다. 아주 다급하고 현실적인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기후변화, 그로인한 폭염이다.
해마다 기온이 올라가는 것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바이다. 30년 전만 해도 남가주에서는 에어컨 없는 집이 많았다. 이제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려면 상당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불볕더위의 기습 때문인데, 올 여름에는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가 더위의 철퇴를 맞았다.
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던 오리건, 워싱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들이 폭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려들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가 큰 것은 평소 폭염이 흔치 않아 대비를 하지 못한 때문. 대부분 주민들은 평생 살면서 이런 더위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더 자주 찾아들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폭염으로부터 도시민을 보호하려면 우선 삽과 붓을 들라고 추천한다. 삽으로 땅을 파서 나무를 심고, 페인팅 브러시로 건물 옥상과 벽면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라는 것이다. 대부분 건물의 짙은 색은 태양광선을 흡수하는 반면 흰색은 빛을 반사, 그만큼 열을 덜 받게 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원적 해결책은 나무심기. 나무는 도시생태에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대기오염물질을 걸러내고,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며, 그늘을 만들어 온도를 낮춰주고 무엇보다 도심 열섬(heat islands) 현상을 줄여 준다.
열섬 현상이란 도심의 기온이 주변 교외지역보다 높은 현상. 녹지에서는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냉각효과를 내는데 반해 도심의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는 빗물침투를 막는데다 태양열을 흡수해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킨다. 아울러 고층빌딩들이 바람을 막아 냉각효과를 방해하고, 냉난방, 자동차 운행 등으로 폐열이 발생해 도시의 기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해결책은 녹지조성, 나무를 심는 것이다. 날로 뜨거워지는 여름날들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나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도시 생태학자들은 말한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면 도시부터 바꿔야 하겠다. 나무 우거진 도시를 만들면 한증막 같은 도심 기온도 낮추고 시민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감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