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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초반 분위기

2021-07-04 (일)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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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에서는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한 달도 채 안돼 언론들이 먼저 다음 대통령이 누구일까를 점치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를 따라 정치인들의 허영심이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재선만 되면 대통령이 되고 싶은 야망을 갖기 시작한다는 통계도 있다.
대선 8개월을 앞둔 지금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후보로 나선 인물이 여야 합쳐 20여 명에 이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어떤 사람이 나선다 해도 제지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많은 대통령 희망자들에 비해 뚜렷하게 국가와 민족의 장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없으니 기이한 일이다.

출마자들이 비전 제시는커녕 상대 정당, 상대 정파 계보, 원한관계 등을 의식한 출마 이유가 거의 전부인 것 같아 탄식이 나올 지경이다.
‘꿩 잡는 게 매’라는 것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출마 일성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윤석열 후보를 찍어내고야 말겠다는 감정으로 출마했다는 것 아닌가.
이재명 후보는 ‘국민 기본 소득’ 보장을 출마의 주제로 내놓았다.
가난한 저소득층만을 돕는 ‘선별적 지원’이 아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 중소기업 이상의 상류 고위층들에게까지 몇 십 만원 단위의 지원을 하겠다니 얄팍한 매표 행위로만 보인다.

사회주의, 공산주의식 발상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국고금 탕진과 함께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을 책임질 거냐는 추궁도 이어지고 있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려는 포부를 가졌다면 국가와 국민 앞에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 사명일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방 외교 분야가 미국에 종속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경제는 중국의 거센 파고에 언제고 휩쓸려 버릴 수도 있는 처지에 놓여 있는 상태 아닌가.
북한에선 굶주리는 인민들을 짓밟고 서 있는 독재권력이 핵무기로 위협을 하고 있고, 바다 건너 일본은 한국 망하기를 목표로 온갖 모략과 강대국들과의 이간질, 무역경제활동, 외교활동 방해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게 현실 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이런 당면과제들을 고민하며 투철한 역사의식과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미래를 타개해 나가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되지 않는가.
한국 정치판에는 신호등이 안 보인다. 서로 양보하고 겸손하며 소통하는 파란불이 없다. 자중자애란 분수 모르는 출세욕을 멈추는 빨간불도 보이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조심성을 보이는 노란불의 형체도 없다.
허영과 욕심이 가득 차 날뛰는 정치인이 많으니 충돌과 혼란의 소용돌이가 야기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급부상하고 있는 윤석열에 대한 여야의 태도도 우리 정치 수준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게 그렇게도 공격받을 일인가. 여당 정당 소속 총리, 현직 도지사, 국회의원들의 대통령 출마에는 눈감고 검찰총장 출마만이 문제란 말인가. 재직 당시 습득한 국가기밀을 당선된 후 남용한다면 그때 가서 따져 볼일이지 출마 전부터 사정기관 근무 전력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는 고의성이 짙게 풍긴다.
오랜 사정 기간 근무경력은 밑바닥 국민생활 실태와 정서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 국가 통치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CIA 국장을 지냈었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비밀 경찰국(KGB) 출신이다. 미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 폼페이오도 CIA 국장 재임 중 발탁된 케이스다. 2차 대전의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장군도 퇴임 후 한 달 만에 선임 트루만 대통령의 요청으로 출마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윤석열에 대한 소위 X-파일 소동도 가관이다. 출처도 근거도 없는 도깨비식 떠돌이 괴문서를 놓고 해명을 하라고 닦달해 대고 있으니 이 무슨 야만 정치행태인가. 이런 한국정치 토양에서 야바위꾼이 아닌 바에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리 정치인들이 아사리판이니 난장판이니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다시피 국민들은 우리 정치를 개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571)326-6609

<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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