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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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 것을 아는 것은

2021-06-24 (목) 전양수 /공인회계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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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온 것을 아는 것은
태양의 뜨거운 호흡 때문만은 아니다
여름은,
지천으로 떨어진 오디
밟히고 으깨어진 콘크리트 길바닥
그 자리는 그의 몸 빛 까만 주검들로 물들고
그의 가치 알아주는 이 없는 이 땅
서럽게도 무용의 열매로 스러져 가고 마는
아! 오디, 저 바다건너 우리들의 고향에서는
생명들을 살찌우고 치유하여 주던 고귀한 과실
그러나 그 복된 삶을 이 땅에서도 꿈꾸는 것은 허망한 욕심이 될 뿐
아무의 먹이도 되어주지 못하고 쓸쓸하게 떠나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도
여름은
벌써 와 있었다

<전양수 /공인회계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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