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나라의 젊은이들은 수많은 전투에서 풍전등화에 처한 조국을 수호하는데 앞장섰다. 다부동전투, 인천상륙작전, 장진호전투를 비롯한 많은 전투 가운데 어린 학생들도 나이가 적다고 도망가거나 숨지 않았다.
젊은이들로 구성된 학도의용군이 처음 편성된 것은 서울의 학도호국단 간부 학생 200여명이 ‘비상학도대’를 조직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서울대만 해도 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하여 전사한 학생이 43명이나 된다고 하며, 여성으로 조직된 의용군 대원들도 사격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14세에서 17세에 이르는 중,고교생들도 소년병이란 이름으로 참전했다.
이들은 학도의용군중 징집 연령 18세 미만의 어린 병사들인데, 한국 ‘인천학생 6.25 참전관’에 가면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자료들이 많이 소장돼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은 무차별적인 무기 사용이나 공중 폭격이 매우 공포스러웠다. 하지만 공중위생 시설의 절대적인 부족으로 인한 전염병도 무서운 것이었다.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전염병이 돌았던 시기는 한국전쟁 때였다. 그 당시 유행하던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이 죽은 근본적 이유는 위생관리 부재, 식량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결핍, 또 그로 인한 폐렴 등이었다.
전쟁기간 동안 주한 유엔 민간원조 사령부(UNCACK)는 전염병 방역을 위해 모든 인구에 백신 접종을 실시했으며, DDT를 무차별 살포했다. 영유아 정기예방 접종이라는 시스템이 그때 마련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백신접종과 DDT살포는 낯설지 않은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데, 전쟁통이다 보니 개인의 의견 같은 것은 살필 틈도 없이 무조건 수행되었다.
DDT는 독성이 강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동네마다 가축과 우물 등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졌다. 마치 지금 전세계에 100% 검증 결과 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로부터 약70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는 코로나사태라는 전쟁통과 같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영양 상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는데, 정작 청소년들의 정신상태는 무너져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고 LA타임스가 지난 1일 보도했다. 1년 넘은 팬데믹 속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내용은 주로 죽음과 질병에 대한 불안감, 정신적인 고립 등에서 오는 심한 분노, 삶의 희망을 잃은 절망감, 집중력 저하 등을 꼽았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의 자살이 놀라울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멘탈 헬스 아메리카’ 보고서에 따르면 불안과 우울증으로 검사를 받은 11-17세 청소년의 비율이 2019년보다 9%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자체만의 원인으로 죽은 사람들보다는 합병증이나 기저질환으로 죽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보고들이 있고, 더구나 어린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죽은 경우는 극히 드문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의 멘탈이 붕괴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인사회는 이 점을 직시해서 한인학생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전시상태와 다름이 없다는 인식을 통해 아이들에게 강한 정신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6.25전쟁 당시 함께 대한민국을 지킨 22개국 200만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도 있었지만, 어린 학도병의 애국심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애국심과 효심, 그리고 가족과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아닐까.
앞으로 팬데믹이 아니라 더 큰 것이 오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강인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더 정신적으로 무장하고 키워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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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