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꽃으로 만발했던 화사한 봄의 문을 닫고 푸르른 여름의 문을 서서히 열어 주는 달이다. 이 6월은 석류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가지꽃, 도라지꽃, 샐비어, 라벤더들이 은은한 향기를 온 대지에 바람을 타고 6월 한 달을 우리들에게 가슴 가득히 안겨주는 달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6월이란 달을 좋아하며 사랑하게 되었다. 6월은 봄날씨처럼 변덕스럽고 쌀쌀하지도, 차지도 않고 여름날씨처럼 무덥거나 불쾌하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에 보기 좋은 푸르름의 시작이며 알맞은 기온인 것이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넉넉한 사람으로 생각되고 여유 있고 부드러우며 좋은 생각과 밝은 이야기로 언제나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는 아주 편안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한 번도 부도 나지 않는 수표처럼, 항상 시간을 부도내지 않는 충실한 사람, 언제나 자기가 한 말을 부도내지 않는 사람, 아무 때나 어디서 만나건 넉넉히 웃어주는 사람, 별로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마주 앉고 싶은 사람, 몹시 추운 겨울에는 온돌방 같고 무더운 한 여름에는 큰 나무 그늘 같은 시원한 사람….
정말 이 6월 같이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요즈음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될까?! 요즈음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거의가 다 봄날씨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앨러지 증상을 일으켜 몹시도 재채기를 하게 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게 하는가 하면 한여름 날씨처럼 불쾌지수가 한껏 올라가게 하여 기분이 상하여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지도록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아! 우리는 모두 이 넓고 넓은 미국 땅에서 끝없이 넓은 대로와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대륙에서 곳곳마다 아름다운 공원의 꽃과 나무들, 더 멀리 나가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대자연을 바라 보노라면 제2의 르네상스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이다.
과연 조물주의 위대하신 솜씨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이곳에서 한껏 자유롭게 가슴 펴고 신앙생활 하면서 자녀들을 마음껏 교육도 시키고 각자의 노력에 따라 나름대로 문화시설도 갖추고 얼마든지 잘 살 수도 있는데….
우리 모두는 왜 이 지상 낙원 같은 곳에서 살면서 서로가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들만의 삶이 최고의 성공인 줄 착각하고 달팽이처럼 무거운 인생의 짐을 한꺼번에 짊어지고 그리도 고달프게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은 서로가 만나면 잘 살고 있느냐고 묻곤 한다. 어떤 삶이 잘 살고 있는 삶인지 서로가 모르면서 말이다.
그 옛날 우리가 어릴 적에는 전쟁을 치르고 작은 보따리 하나씩을 이고 들고 피난을 다녔고 비록 가진 것 없이 모두 다 가난했어도 훈훈한 정이 있었고 순박하면서 나눔의 손길이 따스했고 누구나 할 것 없이 인정이 철철 넘치는 넉넉한 마음들이어서 어느 집이나 할 것 없이 서로가 다 같이 잘 지내고 잘들 살았다. 희미한 십촉짜리, 이십촉짜리 전기불 밑에서도 정담이 오고 갔고, 정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면서 살았다.
그리스도인이거나 아니거나 거의가 다 그렇게 순수하고 소박하게 살았던 그때 내 유년 시절에 제2의 고향이었던 충청남도 공주가 그립다. 지금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삶을 다시 건질 수는 없을까 우리 스스로가 한 번쯤은 이 6월이 다 가기 전에 잘 살고 있는 지 깊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가 너무 오랜 세월을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잃고 사는지 느끼지 못하고 이대로 살아가다가는 언젠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잊으실까봐, 아니 까마득하게 내버려 두실까봐 두려워서라도 잃어버린 우리의 사랑과 인정을 찾아 나서야 하겠다. 6월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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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