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핍박 못 견뎌… 중국 기독교인 60명 제주도로 망명
2021-06-10 (목)
준 최 객원 기자
▶ 한국에 망명 신청했지만 결과 불확실
▶ 종교 자유 얻었지만 타국서 고된 삶
중국 천주교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사를 드리는 모습. [로이터]
2년 전 가을 중국 남부 대도시인 심천의 한 작은 교회 사무실에 70여 명의 교인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기독교 탄압이 갈수록 심해져 타국으로의 망명을 결정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2012년 가정 교회로 설립된 이 교회는 미등록 불법 교회로 간주돼 중국 정부의 모진 핍박을 받아왔다. 핍박의 정도가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한 교인들은 망명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망명 대상국으로 선택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어린 자녀들의 인생이 걸린 논의 끝에 50명이 넘는 교인이 망명을 결정했고 이들은 결국 2020년 초 제주도행을 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제주도에 도착하면 핍박 없이 믿음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부 교인은 불법 노동 목적의 입국을 의심한 한국 이민국에 의해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한국 땅을 밟은 교인들은 제주도 한 교회의 공간을 빌려서 그토록 간구했던 예배를 자유롭게 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예배와 생계는 별개의 문제로 교인들은 주중에는 생계를 위한 고된 노동에 나서야 했다. 목사 부부를 비롯한 대부분 교인들은 감귤, 마늘, 양배추 등 인근 농장에서 전에 해보지 못한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믿음 생활을 이어갔다. 고향에 있을 때와 180도 바뀐 삶에 교인들은 출애굽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그리워하듯 고향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일부 교인들은 중국 정부의 처벌도 감수하고 고향행을 결정했지만 때마침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국경이 봉쇄돼 여전히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현재 이들은 한국 정부에 망명 신청을 해놓은 상태지만 모든 교인이 한차례 이상 거절을 당했다. 망명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수년간의 기간 동안 제주도에서 거주할 수 있지만 이 기간 동안의 불안하고 고된 삶은 견뎌내야 할 과제다. 한국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약 1만 2,000건의 망명 신청 중 망명이 승인된 사례는 고작 약 0.4%에 불과하다.
교인을 대표하는 판용광 목사는 지난 5월 교회를 방문한 미국 외교부 관리를 만나 미국 망명을 타진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판 목사는 최근 한 주일 설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아브라함과 노아를 언급했다. 판목사는 “우리가 현재 받고 있는 고통도 하나님의 뜻”이 라며 교인들을 격려했다.
중국 경제 성장과 함께 급격히 감소한 중국인 망명자 수가 시진핑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급증하고 있다. ‘국제연합’(UN) 난민국에 따르면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말 약 1만 5,362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망명자 수가 지난해 중 약 10만 5,000명으로 늘었는데 대부분 종교 탄압을 피하기 위한 망명과 무관치 않다. 시진핑 정권이 종교 탄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8년 이후 중국 기독교인들의 망명이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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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