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서 먼 데로 가세/ 갈 수 없네/ 왜 못 가?/ 내일 돌아와야 하네/ 무엇 때문에?/ 고도를 기다리러/ 아!(침묵) 아직 오지 않았나?/ 안 왔네/ 이제 넘 늦었는 걸/ 그래, 지금은 밤이야.
황량한 벌판 같은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나오는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들이다. 이 희곡은 전반적인 흐름의 주제가 ‘기다림’으로, 등장하는 두 남자가 이름도 확실치 않고 누군지도 모르며, 또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모르는 ‘고도’라는 이름의 누군가가 오기를 한 없이 기다리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어둡고 암울한 상태에서 미지의 내일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지나온 우리들의 상황과도 너무 흡사하다.
지난해 초 중국 우환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 때부터 전 세계는 모든 것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한순간에 패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더불어 우리들의 일상도 순식간에 중단됐으며 경제는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던 절망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고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기다리지는 않았다. 슬기와 지혜를 통해 이 고비를 어떻게든 이겨나가겠다는 의지로 무엇이든 하려고 노력했다.
세정제나 마스크 하나라도 나누어 쓰려고 했으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금도 전달하며 미덕을 발휘하고자 애썼다. 집안에서도 가족이 서로 도우면서 생활의 지혜와 아이디어를 짜내 생활의 진작을 꾀했으며 가족간의 협동심과 단결력을 도모했다.
이윽고 백신이 개발되면서 감염율도 최하로 떨어졌다.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던 대도시 사무실 빌딩에 속속 불이 밝혀지고 있다. 여행업계나 요식업 등 한인업계도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활발한 분위기다. 모두 상황에 굴하지 않고 도전해서 이룬 인간 승리의 산물이다.
이번에 나온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수는 약 3,000만명이었고 사망자수는 60여만명에 달했다. 이를 보아 코로나 확산세가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인간의 치열한 노력은 상황을 반전시켰다. 확산세가 거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코로나도 인간의 강한 의지와 투지에는 당해낼 수 없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인간의 강한 의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소설은 평생 고기잡이 노인이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다. 그러나 노인은 3개월이 넘도록 한 마리도 못 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운 좋게 대어 청새치 한 마리를 잡게 된다. 그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노인은 며칠간 죽을 고비를 넘기다 마침내 물고기를 뱃전에 매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상어떼의 공격에서 노인은 청새치를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해 사투를 벌이면서 결국 항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앙상한 뼈를 드러낸 모습뿐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은 결과는 아무 것도 없지만 청새치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상어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의 투지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인이 외친 명대사가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우리들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파멸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무리 강력해도 인간의 강한 의지와 투지는 결코 이겨내지 못한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 멈추지 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다. 우리에게 ‘패배’나 ‘굴복이란 단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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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