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공식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은 뒤, 미 의회를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접견했다. 아울러 아틀랜타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도 방문했다.
바쁜 일정 가운데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 하이라이트는 6.25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이었다. 군 통수권자로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수여하는 명예훈장이 한미 정상회담에 맞추어 한국전 참전 용사에게 돌아간 것이었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두 나라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 대통령에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인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무언의 압박이 아니었을까.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바로 직전에 이 수여식을 거행하면서 중공군에 대항해 세운 그의 공을 매우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은 한국정부와 한국 국민들에게 던지는 너무나 명확한 메시지였다.
보도에 따르면 94세의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주니어 예비역 대령은 1950년 11월 25일-26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 점령 과정에서 중공군에 맞서 지휘했다.
퍼켓 대령은 당시 더 안전한 일본이 아닌 한국전선을 자원했는데, 전투 과정에서 잇단 공격에 부상했지만 대피를 거부했다고 한다.
오히려 특수부대인 제8레인저중대를 이끌고 탱크에 올라 최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적들의 주의를 분산시켜 205고지 점령을 이끌었다. 그는 수류탄 파편에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도 부하들에게 자신을 놔두고 가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부하들은 퍼켓 중령의 리더십에 감명했고, 결국 고지 점령에 성공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26년생인 랠프 퍼켓은 1948년 6월 소위로 임관했고 1950년 8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한국전쟁에 참전후 1971년에 전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한미동맹은 양국 군인의 희생과 용기로 만들어진 것이다.”고 엄숙히 말했다. 한국정부도 같은 취지로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후 발표된 공동성명 전문은 이렇게 시작됐다. “양국 간의 동맹은 70여년 전 전장에서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면서 다져졌다. 공동의 희생으로 뭉쳐진 우리의 파트너십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평화 유지에 기여함으로써 양국 및 양국 국민들의 번영을 가능하게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후 곧바로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건립되는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착공식으로 달려갔다.
이 추모의 벽은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공원에 세워질 예정인데, 폭 55미터의 원형 벽에 한국전 전사자 미군 3만6,000명과 한국군 미군 소속 7,000명의 이름을 새긴다고 한다. 미국에서 외국군의 이름을 이렇게 많이 새긴 기념비가 건립되는 일은 유례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6.25전쟁 직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 더구나 남북이 여전히 대치된 상황에서 양국간 맺어진 동맹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굳건히 이어지면서 서로가 윈 윈 하는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남한을 노리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의 안보를 지키고 동북아 전체의 전략균형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서도 한미 양국간 동맹 관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글로벌 현안에 대한 대응, 공동의 가치 증진에 기여하는데도 핵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보여준 미국인들의 희생은 오늘날 한국의 자유와 번영을 가져오는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 이들은 남의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자신의 귀중한 몸을 아낌없이 던졌다. 차제에 한인들도 한미 동맹관계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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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