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오래 살다보니 미동부 지역의 대학 졸업식에 가는 일도 많았다. NYU, 세인트 존스 대학, 예일대학, 프린스턴대학, 럿거스대학까지 친인척 가족으로 참가하여 들뜨고 흥분하며 푸르른 젊음이 눈부시던 분위기를 만끽 했었다. 4년 동안 지식과 소양을 배우고 익힌 후 막 사회에 첫 발을 디딘 20대 청춘들은 함박웃음을 웃었다.
2015년 NYU 졸업식에 가본 브롱스 양키 스테디엄은 1층엔 수천 명의 학사, 석사, 박사 졸업생들이, 2, 3층에는 수만명의 가족들이 가득 들어찼는데 내 발로 걸은 것이 아니라 인파에 떠밀려 식장으로 올라가고 내려왔었다. 졸업생 1인당 3매만 배부하니 가족이 많은 졸업생은 한 장당 수백달러까지 오른 졸업식장 티켓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정도였다.
졸업생들은 졸업식이 끝나자 모자를 일제히 하늘 위로 던져 올리며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넒은 세상으로 간다는 희망과 설렘을 나타냈고 관객들은 환호성을 보내며 박수를 쳐주었다.
모자 던지는 풍습은 1912년 미 해사 졸업식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사관학교 시절 생도 복장을 입다가 졸업식 후부터 장교 복장을 입어야 하므로 졸업식에서 생도 복장의 일부인 모자를 상징적으로 벗어던진 것이다. 이 풍습은 대학가에도 퍼져 4년간 공부를 마치고 학사 학위를 받은 졸업생들이 모자를 위로 던져 새출발을 예고했다.
본보에서도 졸업시즌이 되면 뉴욕을 대표하는 NYU 졸업생들이 모자를 던지는 사진이 1면 탑을 장식했었는데 요즘은 졸업식을 했는지, 안했는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모든 대학들의 졸업식이 줄줄이 취소되고 온라인 졸업식을 했었다. 졸업생들이 집에서 학사모를 쓰고 졸업식을 하는 웃지못할 풍경이, 사회에 첫걸음을 떼는 학생들에게 도래했던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졸업과 동시에 취직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 코로나19는 구직난도 겹쳐서 졸업후에도 갈 직장이 없었다. 지난해 10월까지 그 해 졸업생들이 69%(퓨리서치 센터 발표)만 취업했는데 그나마 파트타임, 인턴직도 포함해서라고 한다. 용케 취직을 해도 재택근무로 인해 직장 출근은 아직 못해 보았다는 청춘들이 많다.
요즘은 그나마 백신 접종자가 늘어나고 코로나19 확진자 수치가 떨어지면서 원래의 졸업식 풍경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미 동부 지역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대면과 온라인 졸업식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단과대학 별로 소규모 대면 졸업식을 하고 있고 전체 학생들의 졸업식은 온라인 졸업식으로 케이블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 한다. 대면 졸업식이라도 마스크를 착용하며 일부 학교는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좌석 배치를 하기도 한다.
졸업식의 하이라이트는 졸업연사들이다, 정치인, 노벨상 수상자, 톱 영화배우, 스포츠 스타 등이 등장하여 축사를 한다. 유명인의 졸업 축하연설이 많지만 2018년 오바마의 다카(DACA,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시행 덕분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22세 박진규군, “내 재능으로 뭘 할 수 있는가?” 라는 연설이 다시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7살에 이민 와 뉴욕 퀸즈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뉴욕 식당 요리사로 어머니는 미용실에서 일한다. 나의 재능은 부모의 희생으로, 굽은 다리와 물집 잡힌 손에서 왔다. 한번이라도 뉴욕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네일아트를 받아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부분적으로 교육지원을 한 것이다. ”
그러면서 “저의 이민자 신분은 사회에 하고싶은 일에 영향을 주었다. 내 재능이 다른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더 발전할 것이다” 고 밝혔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새이민정책이 결실을 맺어 하루빨리 안정된 삶의 기회를 갖기 바란다.
또, 졸업식뿐 아니라 입학식, 결혼식 등등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기를, 말도 안되는 코로나시기를 건너가고 있는 우리도 어서 안정된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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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