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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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르제발스키를 복제한 이유’

2021-05-18 (화)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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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벌써 몇백 년 전에 멸종되었다
야생의 말
몽골초원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얼핏 뒷모습을 들킨
프르제발스키는 달아난 말의 후손
순혈의 계보는 멸종 위기를 자초한다
더럽혀야 할 때 더럽히지 못하는 순수는 위험하다
강하고 지혜로운 자
멸종하는 생물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자유롭고
우아한 털 빛깔과 낙천적 기질을 가졌으며
두려움이나 질투심이나 공격성이 없다는 점이다
굴종하거나 군림하지 않으며
싸움을 싫어하거나 싸울 필요를 못 느끼는 종족은
점점 더 깊이 숨어버리거나 더 빠르게
사라지는 중이다

이경 ‘프르제발스키를 복제한 이유’

지구 생명의 역사에 나타났던 아름답고 위엄 있던 동물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대한 상아를 자랑하던 매머드와, 검객처럼 긴 송곳니를 뽑아 문 검치호랑이, 8톤의 무게로 지축을 흔들며 걷던 땅나무늘보, 호주 대륙을 호령하던 주머니사자는 어디로 갔는가. 어떤 이들은 빙하기를 가리키지만, 최근 학자들은 주검 곁에 찍혀있는 호모사피엔스의 발자국에 주목한다. 인간은 레떼의 강을 건네주는 사공들인가. 오늘도 수많은 생물들이 인간의 도움으로 생로병사를 벗고 종의 열반에 들고 있다. 프르제발스키, 초원을 달리는 야생의 말에 붙은 러시아 군인의 이름이 웃프다. 반칠환 [시인]

<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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