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있는 뉴욕은 슬펐다. 문화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음악, 미술, 오페라 등 세계 최고의 문화도시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하탄에는 커다란 도시락이나 식품 박스를 자전거나 오토바이 뒤에 싣고 배달 가는 이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한산해진 도로에서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 집 건너 문 닫은 가게가 즐비한 렉싱턴 애비뉴 59가를 지날 때는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눈앞에 둔 뉴욕시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고 한다. 6월부터 3,000만 달러를 들여 관광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는데 기존 예산의 10배이다.
지난 토요일에는 화창한 봄날씨를 맞아 타임스퀘어의 대형 전광판 ‘Welcome back NYC’ 아래 몰려든 인파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이었다고 한다. 2층짜리 뉴욕시내 관광버스를 타려면 보통 2시간을 기다렸고 배트맨, 미키마우스, 헐크 등 캐릭터 복장을 한 20여명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진 찍기 영업을 했다.
한겨울에도 웃통 벗고 카우보이모자와 부츠를 신은 채 기타를 연주하는 뉴욕의 명물 ’ 네이키드 카우보이 ‘ 도 다시 등장했다.
29일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오는 7월1일 뉴욕시 100% 정상화 방침을 밝혀 이때쯤이면 식당, 체육관, 미용실 등 모든 업소가 수용인원 100%를 채워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직 뉴욕 최고의 관광상품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감감무소식이다. 4월4일 브로드웨이의 1,700석 규모 세인트 제임스 극장에서 단 150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36분간 맛보기 공연이 있었을 뿐이다. 작년 3월12일 브로드웨이의 41개 극장이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은 지 387일만이었다.
뉴욕주 정부는 지난 2일부터 각종 공연과 이벤트를 정원의 33% 이내에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브로드웨이 극장들은 정원 100%가 허용되어야 문을 연다는 입장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9월에 볼 수 있을까?
그동안 문 닫았던 전시장, 할렘과 오프브로드웨이 소극장, 호텔이나 식당 등은 서서히 문을 열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자연사박물관, 모마, 브롱스 동물원이 50%까지 관객을 수용, 입장객 수가 나날이 늘고 있다.
백신 접종자들이 늘고 감염자가 감소하면서 경제 정상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최대 상업도시이자 관광도시 뉴욕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본인도 작년 3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맨하탄으로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최근에야 뉴욕보태니칼 가든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전을 보러 갔다.
작년 5월에 기획된 전시회는 코로나로 인해 1년간 연기되었다가 지난 4월10일부터 시작되었다. 야요이 쿠사마( Yayoi Kusama), 1977년부터 지금까지 도쿄의 정신병원에 있으면서 그림을 그린다.
88세 쿠사마의 초현실적 망상의 세계를 보고 싶었는데 전시작에 비해 보태니칼 가든 250에이커 면적의 정원이 너무 방대했나 보다. 10여 그루 나무에, 분수대 속에, 실내식물원 곳곳에 추상적 형태의 꽃잎, 호박 등에 빨강, 노랑, 초록, 보라, 검정, 분홍 물방울무늬만 기억난다. 쿠사마는 1929년 일본 출생으로 1957년부터 1973년까지 뉴욕에 살면서 아방가르드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뉴욕에 살다보니 시대를 앞서가는 작품이나 세계적 작가의 걸작을 볼 기회가 많아서 좋다. 7월에는 반 고흐 디지털전(Immersive Van Gogh)을 갈 예정이다. 거대한 벽면에 영상으로 재현되는 별이 흐르는 밤, 해바라기, 감자먹는 사람들 등을 음악과 함께 감상하며 반 고흐 속으로 한시간동안 들어갔다 나올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주위 사람들이 맥없이 사라지고 앞날도 불투명해 보이는 요즘, 우리에겐 때때로 현실을 잊는 환상이 필요한 것같다. 그 환상의 세계를 활짝 여는 문화 도시 뉴욕,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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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