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제가 정신병동에서 진행하는 웍샵에서 들었던 이야기 중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요. 마약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마약에 기대지 않고 중독되지 않도록 어린 시절 결핍이 없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요.”
친한 동생이 읊어준 이 한마디는 수치심 중독에 관해 연구를 하는 가족치료사이자 작가인 존 브래드쇼의 ‘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 내용을 연상시켰다. 400쪽가량 빽빽이 채워진 두꺼운 책 속 그가 계속해서 반복해 말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는 어렸을 때 ‘무조건적인 사랑(unconditional love)’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조건적인 사랑’에는 말 그대로 어떠한 ‘조건’이 없다. 얼굴이 예쁘게 생겨서, 시험성적이 좋아서, 조용히 기다릴 줄 알아서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아이 있는 그대로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자신의 겉모습이 항상 예뻐야만, 시험성적이 좋아야만, 혹은 얌전히 있어야만 인정을 받는다 생각하게 되어 그렇게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성장하게 된다. 나아가, 오직 ‘겉모습’과 ‘업적’에만 정체성이 달려있는 그들은, 그것들이 사라졌을 때,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라 여겨 자기혐오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이가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부모란 무엇일까? 바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고 이해해주고 지속적으로 보살펴주려는 부모를 말한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무릎에 상처가 난 채 집에 들어왔다는 시나리오로 예를 들어 보겠다.
‘결핍을 심어주는 부모’란? (1) 문을 연 아이의 눈을 잠시 마주친다. “어머 괜찮니?”라고 묻지만 끝까지 신경 써주지 않는다. (2) 약이 어딨는지 말해주기만 하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핸드폰을 만지는 등, 자신의 일에만 몰두한다. (3) 아이가 다친 채 집에 돌아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부모는 아이의 다친 곳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란? (1) 눈을 마주치고 다친 곳을 바라보며, “어머 괜찮니?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물어보며 어떠한 상황에서 다치게 됐는지 궁금해 한다. 아이의 대답을 끄덕이며 들어준다. 듣는 내내 아이에게만 집중한다. (2) 그 후, “많이 아팠겠다”라며 위로의 말과 함께 약을 꺼내와 발라준다. (3) 다음날에는 상태가 괜찮아졌는지 다시 물어본다.
확연한 차이점은, 후자는 감정에 공감하고 반응해주며, 책임을 지고 보호해 준다는 것. 중요한 포인트는 ‘끝까지’ 함께 사고를 처리해준다는 것.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찾지 못한 채 부모의 사랑에 결핍이 된다.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행복을 위해,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시키려 노력하고 재정립해 나가려는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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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정/미술치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