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고한시백수’ 겉표지
북가주 카멜에 거주하는 한인 손우파(본명 손영태, 85) 선생이 ‘초서고한시백수’를 발간했다.
손우파 선생은 ‘초서고한시백수’에서 중국 당나라와 진나라, 송나라, 명나라 및 청나라 때의 유명한 시 50수와 신라, 고려, 이조 때 한국 명사들이 쓴 한문으로 된 시 50수를 ‘연금초’로 작성했다.
‘연금초’는 ‘광초’(초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최상급의 흘림 글씨)의 한 종류로 명주실처럼 가늘게, 또 앞뒤 글자를 연결시켜 쓰는 서체다. 당나라 때 스님 ‘희소’가 연금체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부단한 연마를 통해서만 제대로 쓸 수 있다. 현재에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도 연금초를 쓰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손우파 선생이 ‘연금체’로 쓴 한시 ‘천마산에서’
손우파 선생과 손녀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손우파 선생은 “어릴 때부터 개성있는 글씨를 쓰는데 흥미가 있었다”며 “1970년대 초 서울을 떠나 미국에 살면서 취미인 붓글씨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7년 홍콩으로 떠나 다양한 중국 서법전은 물론 서법 계통의 전문 서점과 문방구점 등을 통해 선인들의 묵적을 찾고 홀로 서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또, ‘전각’(전서체의 한자를 도장에 새기는 것)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눈 떠 담원기 노사를 만나 전각 실기를 1년간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85세 생일을 맞이해 홍콩에 거주하는 며느리가 발간해줬다는 ‘초서고한시백수’에는 총 100수의 한시가 오랜 기간 연마한 손선생의 ’연금초’로 아름답게 쓰여있다. 그는 “기계 문명이 발달하면서 ‘문’(文)이 뒷전으로 밀렸으나 ‘인문’(人文) 없이는 인류에 봉사하는 진정한 과학이 이룩될 수 없다”는 소신을 전했다.
지난 2005년에는 작품집 ‘묵집’을 발간해 다양한 필체로 쓴 한국, 중국의 한시, 한글로 쓴 성경 구절과 시, 그리고 여러 모양의 전각 작품들을 선보였다.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해 왔다는 그는 “누군가 소박한 나의 글씨를 감상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손우파 선생은 경북에서 태어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졸업했다. 10여년간 국회입법조사국 국방안보담당관으로 일하다가 1974년 초 서울을 떠나 도미했다. 이후 2007년 홍콩에서 서법을 독학했으며, 현재는 카멜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초서고한시백수’ 책을 원하거나(무료) 붓글씨 요청 등 문의가 있다면 손우파 선생(831-620-5181)에게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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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