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체 늘고 있지만 2008년 같은‘압류 쓰나미’없다
▶ ‘매물 부족, 수요 탄탄, 집값 급등’으로 주택 처분 옵션 많아져
모기지 유예 추가 연장에 대한 종료가 오는 9월부터 시작되지만 주택 시장 위기 가능성은 낮다.[준 최 객원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주택 시장 위기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우려됐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실직과 소득 감소로 모기지 납부가 힘든 주택 소유주들이 압류로 집을 잃을 뻔했지만 정부가 재빨리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위기를 잘 넘겼다.
지난해 초 1차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주택 소유주들은 이미 프로그램이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3개월씩 2차에 걸친 연장을 신청할 수 있어 재정이 나아지지 않는 주택 소유주들은 일단 한숨을 놓은 상태다.‘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약 250만 명의 주택 소유주들이 유예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있다. 연장된 유예 프로그램은 빠르면 오는 9월부터 종료가 시작되는데 만약 이때까지 소득이 회복되지 않는 주택 소유주는 다시 주택 압류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다. ‘소비자 재정 보호국’(CFPB)은 오는 9월부터 최다 약 190만 명의 주택 소유주가 주택 압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 2008년 같은 위기 가능성 낮아
여러 수치 상으로는 올해 중 압류 사태가 찾아올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8년과 같은 대규모 압류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택 시장은 매물 수급이 극심한 불균형 상태로 이로 인해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셀러가 내놓은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되는 매물이 많고 주택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연체를 해결하지 못한 주택 소유주들에게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많아졌다.
모기지 연체가 주택 가격 급락과 함께 발생했던 2008년의 경우 집을 모기지 잔여금보다 낮은 금액에 팔아야 하는 ‘숏세일’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숏세일로도 집을 처분하지 못한 주택 소유주는 결국 압류를 통해 은행에 집을 넘겼고 은행은 이 매물을 다시 싼 가격에 주택 시장에 내놓으면서 주택 가격 급락을 부추긴 바 있다.
반면 주택 매물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지금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숏세일과 차압 매물과 같은 급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마리나 월시 MBA 부대표는 “현재 주택 시장은 사상 최악의 매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라며 “내놓자마자 팔리는 집이 많고 바이어 간 치열한 경쟁으로 대부분 리스팅 가격보다 높이 팔리고 있는데 경기 대침체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리얼터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또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9월 말로 예정된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 종류 뒤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거론 중으로 연장이 시행될 경우 주택 압류 위기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 250만 명 모기지 유예 ‘졸업’ 못해
블랙 나이트의 집계에 의하면 4월 13일 현재 전체 모기지 대출자 중 약 4.4%가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고 있다. 유예 프로그램 신청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주택 소유주들이 유예 프로그램에서 ‘졸업’하지 못한 상태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5월의 경우 지금의 2배 수준이 약 500만 명의 주택 소유주들이 일시에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바 있다. 대부분 미래 재정 상태에 대한 불안으로 유예 프로그램을 신청한 경우로 이후 재정 상태가 우려보다 악화되지 않은 주택 소유주들은 유예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나 절반에 달하는 약 250만 명은 여전히 유예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CFPB는 최근 각 모기지 대출 은행에 유예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오는 9월부터 모기지 연체 급증에 대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어반 인스티튜트 주택 재정 정책 센터 최정현 연구원은 “현재까지 유예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주택 소유주들이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리얼터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 모기지 연체 높지만 ‘깡통주택’ 비율은 매우 낮아
어반 인스티튜트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주택 소유주 중 약 5%가 심각한 모기지 연체(90일 이상 연체) 또는 이미 압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연구원은 “최근 모기지 연체율이 과거 대규모 압류 사태 때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주택 가격 급등세로 대규모 압류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리얼터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지난 2월 올해 2월 1년 사이 무려 약 13.7%나 치솟았다.
주택 가격 급등 덕분에 모기지 연체에 빠진 주택 소유주들의 주택 처분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모기지 연체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매매 차익을 낮추는 방식으로 주택을 처분하고 새 집을 구입할 재정적 능력이 없다면 일단 임대 주택으로 입주하는 방법 등이 고려된다. ‘깡통 주택’ 비율이 높지 않은 점도 숏세일, 차압 매물과 같은 급매물 증가 우려가 낮은 요인이다. 모기지 잔여금이 시세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 주택’은 전체 중 약 3% 정도로 서브 프라임 사태 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위기 막으려면 연체 어떻게든 해결해야
주택 압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모기지 유예 프로그램을 적용받는 주택 소유주 수백만 명의 재정 상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모기지 연체에 따른 주택 시장 위기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올해 2월 심각한 모기지 연체 상태이거나 이미 압류 절차가 시작된 주택 소유주는 작년 2월에 비해 약 245%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기지 연체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더딘 지역들로 지역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 주택 수요가 낮은 러스트 벨트와 같은 주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허리케인이 자주 발생하는 루이지애나 주 등 자연재해 다발 지역에서도 주택 수요가 낮아 이에 따른 모기지 연체가 늘고 있다.
데이브 우에이오 CFPB 디렉터는 “재정 악화로 주택 압류 위험에 처한 주택 소유주가 늘고 있는데 주택 시장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최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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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