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세상만사-지붕 위의 제금사

2021-04-27 (화)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크게 작게
명화라고 꼽힌 음악영화 ‘지붕위의 제금사’(Fiddler on the Roof)의 주제가 ‘The Tradition(전통)’은 세계에 보급된 명곡이다. 이 이야기는 동유럽에 사는 한 유대인 가정과 마을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테부이는 조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전통을 자손에게 계승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개인도 민족도 지붕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을 켜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롭게 될 것이다”고 노래한다.

성경은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전통이 주어졌음을 말한다. (신명기 6:1-7) 하나님의 말씀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는 얘기꾼이 되라는 명령이다.


영국 보호인 제레미 벤텀(Jeremy Bentham)은 괴상한 유언을 남겼다. 자기의 해골을 자기가 설립한 병원 회의실 의장석에 앉혀 달라는 것이다. 이 유언은 그대로 실천되었고 회의록에는 “제레미 벤텀이 출석하였음.

그러나 투표 행사는 안 했음”으로 기록되었다. 이 괴상한 회의실을 본 자들은 “본인은 없었으나 그의 사랑과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우리도 한인사회도 후세에 남을 것인데 우리는 어떤 인상을 후손에 계승할 것인가? 오늘 인정받고 오늘 돈을 벌고 오늘 이름이 나는 것도 좋지만 후세에 남길 우리의 진정한 유산은 우리의 정신 우리의 사랑일 것이다.

중국에서 싸게 팔려온 쿠리 (工吏)들이 작은 임금을 절약하여 모아 산 땅이 현재의 샌프란시스코이다. 전 세계에 차이나 타운이 없는 도시가 없다. 그들은 자기는 고생해도 후세를 위하여 기초를 놓은 것이다.

노벨 평화상(1931)을 받은 미국 여성 제인 아담스는 타국에서 들어오는 이민들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한 지도자이다. 시카고 홀스테드 거리는 이민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었는데 그녀는 고생하는 이민들에게 이렇게 연설하였다.

“여러분의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와 부모와 얘기하기를 원하면 밥이 타더라도 먼저 아이들의 상대를 해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이 미국에 정착하는 것은 몸과 일뿐이 아니라 두고 오는 후세에게 여러분의 정신을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구약성경 신명기가 전하는 믿음의 전통을 들어보라. “우리의 하나님은 야훼시다. 마음을 다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 쏟아 야훼 하나님을 섬기거라”(신명기 6:4) 여기에 가르치라(Teach), 얘기하여 주어라(Talk), 손에 매어라(Take)는 모두 T자로 시작하기 때문에 ‘신앙 전승의 세 개의 T’로 불린다.


우리의 가정과 동네와 사회는 자라나는 2세들에게 교실이 되어야 한다. 나는 교실을 이렇게 정의한다. ‘교실이란 일정한 공간인데 그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는 곳이다.’ 그런 뜻에서 교실만큼 고귀한 장소는 없다.

교실은 내일을 가꾸는 밭이다. 부모는 둘도 없이 귀중한 교사이다. 아기를 낳을 뿐 아니라 잘 가꾸어야 한다. 아이들이 돈의 아들이나 허영의 딸이나 권력의 후손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나는 자녀를 생각하는 신앙고백을 적어 보았다. “우리의 자녀는 우리의 자녀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통하여 오지만 우리에게서 출발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에게 속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유체에게 집을 제공할 수 있으나 영혼의 짐은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영혼은 ‘내일’이라고 하는 집에 거할 것이며 우리는 그 집을 방문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출발점은 하나님이니 그들이 종착역도 하나님이어야 한다.”

나는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산다. 토요일 아침 거리에 나가면 유대인 가족을 흔히 본다. 아이 어른이 정장을 하고 시나고그(회당)에 걸어서 간다. 차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들 전통이 회당에는 걸어서 간다. 갓난 아기는 유모차에 태워 밀고 간다. 온 가족이 회당에 가는 행동을 함께 한다.

Together(함께)라는 정신을 충분히 드러내는 그들의 전통이다. 어느 나라에 살아도 유대인들의 단결력은 대단하다. 똘똘 뭉쳐 서로 밀어주고 도와주고 힘을 모은다. 뭉쳐야 강해진다. 흩어지면 약해진다. 단순한 원리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기주의 때문이다. 이민자 한인들이 꼭 가져야 할 정신이 ‘함께”라는 마음이다.

<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