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오면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폭력 피해를 입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한달 전 백신을 맞으러 루즈벨트 아일랜드의 접종센터로 갔었다. 이스트 리버 강가의 원 웨이 도로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데 오른쪽 인도로 장대한 거구의 흑인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낯선 지역인지라 차문을 잠그고 그 남성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나갈 준비를 하는데 그 남성이 도로 차 쪽으로 걸어왔다.
잠시 차안에 그대로 있는데 그 남성은 나더러 보란 듯 차 키와 파킹 티켓을 오른손으로 흔들면서 차 옆을 지나갔다.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내 차 바로 뒤에 파킹 티켓 발매기가 있었다.
‘ 나, 위험한 사람 아니야, 파킹 티켓 가지러 간 거야’ 광고하듯 커다란 몸동작을 보여준 그를 보며 ‘참으로 너희들도 고달프겠다. ’ 싶었다.
최근 뉴욕에서 발생한 아시아계 증오공격 대부분이 정신적 문제가 있는 노숙자들의 소행으로 파악됐다. 대다수의 선량하고 착한 사람이 극히 일부의 정신적으로 아프거나 다소 비뚤어진 시각을 지닌 사람들의 소행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
아파트에서도 그렇다. 다른 사람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는 공지사항을 따르는데 엘리베이터 오르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 옆 계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좁은 비상구 계단에서 낯선 사람과 마주치면 서로 깜짝 놀란다. 거의 한쪽 벽에 붙다시피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었나를 자조하게 된다.
한인노인들은 증오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공원은 물론 동네 산책도 무섭다고 한다. 미 전역에서 한인노인들이 묻지마 폭행이나 폭언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증오범죄자들의 희생자는 주로 힘없고 약한 여성 노인이다 보니 걱정 많은 딸이 페퍼 스프레이를 일찌감치 사주었다. 갖고 다니다가 실수로 누르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다.
한인가정마다 아이들의 잔소리가 늘었다고 한다. 사람과 마주치면 일단 피하고 먼저 가게 하라,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말라, 길에서 한국말로 크게 떠들면서 전화하지 말라, 눈에 띄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라 등등.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안그래도 우리는 너무 오래 집안에만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내내 부르짖는 ‘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은 감염관리의 종류 중 하나로 접촉을 줄여 질병의 전파를 낮추는 방법이다. 1년 이상 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익숙해 지다보니 사람과 사람들의 마음 거리는 더더욱 멀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집에 머물라는 정부 방침을 따랐지만 점점 편해졌고 밖에 나가기가 귀찮아졌고 그러다 남과 만나 어울리는 걸 꺼리게 되었다는 이들도 있다. 나중에는 외출이 싫고 겁나다가 스스로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이래서 대인기피증, 대인공포증, 사회불안증이 생기고 나중엔 가족관계나 친한 친구도 경계하고 어색해 진다고 한다. 특히 체질적, 환경적, 유전적 요인이 있던 사람은 더욱 심해지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아직 편하게 만날 순 없어도 수시로 전화나 메시지, SNS 활동을 하면서 소통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 동네 산책도 하고 외출도 하자.
언제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의 상처와 고통만 기억하지 말고 나 자신을 믿고 다른 사람에게도 강한 믿음을 갖자. 사람마저 믿지 않는다면 삶이 너무 쓸쓸하다. 내가 이해하고 노력하고 믿음을 쌓으면 은연중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여전히 사람이 두렵지만 그래도 믿을 건 사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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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