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지루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총성없는 전쟁이 종식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 전국에서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로나 예방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방정부의 대형 경기부양안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미국인들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천여달러의 체크를 은행구좌나 우편물을 통해 전달받았다.
거대한 미국 경제의 울타리안에 있는 한인사회 경제도 지난 1년여간 관광, 호텔 등 업종에 따라 빈사 상태에 놓였다가 이제 부분적인 경제정상화에 힘입어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백신접종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정상화 단계인 옐로우 등급에 이를 날도 머지않았다.
미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소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를 해야 경제가 굴러간다. 외식을 하고 가구도 사고 옷도 새로 사서 입는 등 일반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매업소의 매출이 없어 렌트도 낼 수 없고 종업원들에게 월급도 줄 수 없다. 역시 모기지 페이먼트를 해야하는 건물주도 소매업소들이 힘들면 똑같은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한인타운의 소매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4월 초순 요식업소와 대형 샤핑몰에 대한 입장객수 제한 등 영업규정이 완화되면서 방문객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요즘은 점심시간에 타운의 샤핑몰을 방문하면 주차를 할 공간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아직도 마음놓고 편안하게 돈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코리아타운 갤러리아 상조회의 박창우 회장은 “한인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푸드코트나 커피샵 등에서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수시간 동안을 머물면서도 실제로 각 소매업소에 가서 지갑 열기를 주저한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충격을 받은 한인들이 최근에 고조된 아시안 증오범죄까지 겹쳐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터져 상황이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인 공포가 심리적으로 내재되어 소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다. 내가 돈을 쓰지 않으면 상대방이 돈을 쓰지 않고 서로 돈을 쓰지 않다보면 한인사회 경제가 원래의 회전 사이클을 잃어버리게 된다. 관광사 사장은 식당 가서 외식을 하고 식당 주인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관광도 가야한다. 일반 소비자들도 마더스데이나 가정의 달, 결혼 시즌, 메모리얼 연휴, 백투 스쿨, 노동절 연휴, 추수감사절, 연말샤핑 시즌 등이 오면 주위에 감사했던 사람들을 위한 선물 샤핑이나 자녀들을 위한 의류, 학용품 구입과 자녀결혼을 위한 샤핑을 이왕이면 한인타운 업소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타운업소에 자금이 순환된다.
LA 한인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타운 상권 활성화를 위해 건전한 소비문화를 장려하고 확산하는 내용의 ‘한인타운 상권 살리기 포스터 콘테스트’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원래 어려운 요식업소를 선정해 직접적인 식당 살리기 캠페인을 펼치려다 안전상의 문제 등으로 계획을 선회한 강일한 LA 한인상의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한인사회도 경제적으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인타운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며 “한인 비즈니스들이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회복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을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타운업소 애용으로 연결되어 타운상권 살리기에 큰 힘을 보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여파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7월4일 독립기념일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상황을 거의 정상으로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에 힘입어 국내선 비행기 여행도 활기를 띠면서 벌써 항공료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6일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웃이 문을 열었고, 디즈니랜드는 오는 30일 재개장하면서 캘리포니아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근 클레어먼트 맥케나 칼리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LA 소비자 신뢰지수도 지난 2019년 4분기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통계수치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샤핑시즌을 계기로 한인사회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인사회 경제의 회복은 상인들의 판촉전략도 중요하지만 우리 한인들 개개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소비해야할 부분을 소비하는 데 있다. 벌써부터 이번 주말 타운의 맛집에서 외식을 하고 한인소매업소에 들러 정부에서 받은 경기부양금으로 멋진 지갑을 살 생각에 가슴이 설레인다. 이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쓰면서 손을 열심히 씻는 가운데 그동안 위축됐던 마음을 펴고 지갑을 열 필요가 있다.
한인사회 경제의 회생은 결국 우리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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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