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희망’(Hope) ★★★★(5개 만점)
▶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작품,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섬세한 연기 돋보여
토마스는 암과 투병하는 아냐를 옆에서 극진히 돌본다
암과 투병하는 여인과 그를 옆에서 지켜보며 근심 걱정하고 돌보는 동거남 그리고 어머니의 질병으로 인해 슬픔에 빠진 자녀들의 얘기로 소위 ‘암 영화’여서 우울하고 암담하지만 자비롭고 희망이 깃든 훌륭한 성인을 위한 노르웨이 영화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마리아 소달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개인적인 특성이 배어 있는 매우 사실적이요 고상한 작품이다.
관찰하는 듯한 스타일로 두 남녀 간의 로맨틱한 결합과 갈등 그리고 이들의 우정과 자녀 돌보기 및 가족 관계와 의사와 환자 간의 관계 등을 가혹하도록 솔직하게 그린 감정 충만한 작품으로 여인 역의 안드레아 바래인 호빅과 그의 파트너 역의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민감하고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 날’로부터 시작해 1월 2일에 끝나는 챕터 식으로 진행된다. 아냐(호빅)는 현대 무용 안무가요 그의 남자 토마스(스카스가드)는 연극 감독. 토마스는 일벌레로 가정에 대해 무감한 편이어서 아냐의 핀잔을 받는데 둘은 결혼하지 않고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토마스와 그의 전처 사이에서 본 아이들을 비롯해 여러 명의 크고 작은 아이들이 있다.
아냐가 두통과 어지러움 그리고 시력이 흐려지면서 의사의 진단 결과 뇌 암이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 것이 아냐가 1년 전에 받은 폐암 수술과 관계가 있으면 수술을 할 수도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소식을 듣는 두 사람의 표정이 대조적인데 아냐는 거의 무표정인 반면 토마스의 이그러진 표정이 가슴을 찌른다.
두 사람은 먼저 이 진단 결과를 아냐의 절친한 친구 베라에게 알리고 이어 자녀들을 모아놓고 통보한다. 이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아이가 아냐와 토마스 사이에서 낳은 16세 난 장녀 율리. 이런 장면들은 자칫하면 감상적으로 처리되기 쉬운데 감독은 철저히 감상성을 제거하고 담담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처리했다.
이어 아냐는 자신과 토마스의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둘의 관계가 충분히 하나가 되지 못하고 또 사랑마저도 미흡하다고 혹독한 평가를 한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질병과 복용한 약들에 의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아냐의 고통 그리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아냐를 돌보고 위로하고 지켜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토마스의 노력에 의해 서서히 치유된다.
그리고 토마스는 아냐에게 아냐의 생일이기도 한 신년 전날에 결혼하자고 청혼한다. 영화는 아냐가 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희망이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호빅과 스카스가드의 철저히 통제되었으나 안으로 충만한 감정이 흐르는 연기가 영화의 품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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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