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2세가 앞장선 ‘한복의 날’

2021-04-12 (월)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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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날’이 뉴저지 테너플라이 지역에서 제정되었다. 지난 6일 테너플라이 시청 강당에서 열린 한복의 날 선포식에서 한복에 갓 쓴 차림의 마크 진너 테너플라이 시장은 매년 10월21일을 한복의 날(Korean Hanbok Day)로 공식 선포했다.

시장은 직접 읽어 내려간 선언문에서 “한복의 기원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이 건국한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며 한복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미 동부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단체 재미차세대협의회(AAYC)가 해외 최초로 한복의 날을 제정하는데 앞장 선 것이다. 유튜브에서 김치와 한복이 중국문화라는 억지 논란을 접한 브라이언 전 AAYC 대표가 온라인으로 회원들과 대책을 논의, 미국 정치권과 지자체들이 ‘한국 한복의 날’을 제정한다면 후세에 중국의 억지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데 뜻을 모았다.


50명 이상의 회원들은 정치권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한복의 날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 서한을 보냈고 테너플라이 시장이 처음으로 이 요청을 수락했다.

요즘 밖에 나가기가 불안할 정도로 한인을 비롯한 모든 아시안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럴 때 한인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잊지 않고 주류사회에 한국 문화를 각인시키다니, 정말 기특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 단체는 지난 2017년 한국계 학생에 대한 교사의 인종차별 행위에 대처하기위해 자생적으로 결성되었다. 2017년 9월초 뉴저지 명문특수고로 유명한 버겐 아카데미 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 교사가 수업시간 중 한인학생을 향해 “나는 한인을 싫어한다”고 말해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중징계를 요구, 문제교사가 11학년 해당수업서 배제되고 저학년 수업교사로 배치된 일이 있었다. 또 클립사이드팍 고등학교에서도 히스패닉 학생이 많은 교실에서 한 교사가 “영어를 쓰라”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 행위를 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기도 했었다.

한편 북부 뉴저지 버겐 카운티에 있는 테너플라이는 학군 좋은 타운으로 알려져 한인들이 많이 거주한다. 주민 60%가 백인, 아시안은 27%, 그중 한인은 15.4% 정도다. 팰팍 한인타운에서 차로 15분, 뉴욕시티에서 30분 거리이다.

뉴저지 버겐카운티 지역의 70여개 지방 자치제 중 팰리세이즈 팍의 한인인구가 1만명 이상으로 가장 많아 주민 2명 중 1명이 한인이다. 시장도 한인 크리스 정이다. 이 지역이 한인정치 1번지라 불릴 정도이다보니 청소년들도 지역사회에 관심이 크다. 뉴저지 지역의 10대들이 한국과 미국의 고리를 확고히 다지고 우리의 이민사를 정립하는 일에 보탬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도 시민참여센터 뉴저지 주 고등학생 인턴들이 버겐 카운티 한인상가를 돌며 캠페인을 벌인 것이 기초가 되었다. 이에 현재 뉴저지 지역에만 위안부 기림비가 4곳, 전국적으로 기림비가 건립되고 있는 중이다. 이번 한복의 날 제정도 테너플라이를 시작으로 미전역으로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2년~2008년 동북 변강 지역의 역사 및 현 상황에 대한 연구사업 프로젝트 동북공정(東北工程)을 강행, 고조선, 고구려, 부여, 발해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로 둔갑시켰다. 동북공정의 연구진행은 종료되었지만 동북공정으로 만들어낸 역사왜곡은 계속 유포 중이다.

2021년 전후로 이러한 억지 주장이 불거진 이유는 중국의 90년대 이후 세대들은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때 태어난 세대로 자기 민족과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강한 세대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도한 애국주의가 김치, 아리랑, 한복, 태권도가 다 자기네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만들어 내었다.

미주한인 2세들도 한국이 잘 살고 한류가 대세인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다. 이들이 역사의 오류와 왜곡을 바로 잡아달라고 적절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복의 날’ 제정을 한인청소년들이 주도했다는데 한인사회 미래가 든든해 보인다.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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