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있어 커플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은, 한국적 정서인 ‘우리’ 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민족보다 가족애가 강하고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혼자 보다는 둘이 함께 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으로 인해 치료적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으로써 맺어진 관계 속에서 내담자가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자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평소 마음속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림이란 언어적 진술보다 훨씬 편안하게 다가 갈 수 있는 매체이며, 내담자는 다른 진단상황에 비해 이완된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금기적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야기나 정신적 외상의 주제들이 다루어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인하여 진단이 치료적 관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커플 간의 그림을 통해 서로의 개인적 진술을 드러나게 하며, 그 안에 개인의 의식적, 무의식적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의 오해 또한 풀어 나가게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림을 통해 단순하면서도 풍부하게 자기를 표현함으로써 내담자 상호 간에 혹은 치료사와의 관계의 거리를 좁혀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며, 언어적 치료법을 보완해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그림은 미술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심리치료나 상담에서도 진단과 차후의 치료계획을 위한 중요한 보조도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림을 통한 커플치료는 함께하기를 좋아하고 ‘우리’라는 말에 익숙하고 친근함을 느끼는 한국인들에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커플치료의 문제점
커플치료 시에 그림을 단순한 심리측정의 도구로만 이용하여 평가하려고 든다면 문제점도 따르기 때문에, 치료사는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진단에 접근할 수 있어야 된다.
진단으로서의 그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그림을 통한 질문도 많아지지만, 그러한 질문에 대한 회의감이나 적대감이 드는 일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러한 관심이 지나쳐 직접적이거나 자존심을 건드려 내담자로 하여금 더욱 방어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커플 상호 간에 냉담함이나 분노가 있을 경우에는 서로 상호 간에 작업하는 것조차 꺼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플치료로서 그림은 내담자들의 내적 경험을 개인적으로 표현하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진단적으로 뿐만 아니라 치료적 적용을 위해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자료를 제시한다는 것을 많은 임상가들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Oster & Gould, 1999).
또한 그림은 치료사와 내담자, 내담자간의 상호작용을 하며 단순한 진단적 방법론의 한계를 넘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플치료시에 치료사가 내담자들에게 구체적 주제를 제시하여 그리도록 하는 지시적 방법이 있는데 이러한 방법은 일반적으로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어 선호되지만, 내담자들은 치료사의 의도를 알게 됨으로써 경직되거나 고의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나올 경우도 있다.
하지만 비지시적 방법은 치료사가 내담자들에게 주제를 제시하지 않고 자유롭게 그리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서 내담자들은 검사자의 의도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며, 검사상황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낯설음과 경직성을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비지시적 진단방법은 임상현장에서 미술치료사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술을 통한 내담자 상호 간의 감별 진단, 가족의 정신역동을 이해와 약물치료 결과들의 평가 또는 위험한 행동의 예상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미술은 내담자 상호 간의 숨겨진 갈등과 잠재적 능력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적절하다.
따라서 커플치료 시 내담자 상호 간의 창조적인 작업을 통하여 그들을 이해하는 잠재력뿐만 아니라 위험성도 잘 파악하여, 적절하게 통제하고 존중하며 현명하게 사용된다면 유용한 커플치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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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 미술치료 전문가 센터빌,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