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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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칼럼- ‘정체성’

2021-04-05 (월)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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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민족은 3,000 년간 나라 없이 살았지만 이방 문화 속에서 자신들의 민족 정체성을 끈질기게 간직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 민족은 자신들의 사상을 언어로 적어 남기는 일에 충실했다.

그 언어는 자신들의 언어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로 표현해 왔다. 역설적이게도 존재의 흔적으로 거대한 유물만 남긴 민족들은 시간과 함께 사라졌지만, 유대인들은 살아남았다.

이 특별한 민족은 그렇게나 많이 정복되고 흩어지고 외적으로 파괴되었으면서도 토라와 탈무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생존할 수 있었다. (맥스 디몬트의 ‘Indestructible Jews’ 중에서)


정체성은 존재하며 살아가는 힘이다.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은 자신의 삶의 방향과 사명이 분명하다.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리더로써 살아간다. 모세를 보라. 정체성이 흔들리던 그가 하나님을 만나 정체성을 회복하자 비전이 뚜렷한 위대한 리더가 되었다.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빈약하면 자기 주관과 개성이 없는 카피 인생, 모자이크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는 극심한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다. 그의 아버지는 하버드 대학에서 교육받은 아프리카 국적의 흑인 남성이다.

후에 이 남성은 가족을 남겨두고 훌쩍 아프리카로 돌아갔다. 그의 양부는 인도네시아 사람이다. 그를 교육시켜준 사람은 외조부모다.

복잡한 환경 속에서 자란 오바마의 정체성은 청년기에 심하게 흔들렸다. 오래 동안 낮은 자존감으로 시달렸고 긴 영적 혼란기를 거쳤다. 오바마는 자기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에 대해서 분명한 답을 얻고 싶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답을 주지 못했다.

어느 날 오바마는 시카고에 있는 한 교회를 찾아 나갔다. 그곳에서 설교를 듣고 성경을 읽었다. 오바마는 거기서 예수를 만났고 원하던 답을 얻었다.

정체성을 확립한 오바마는 세상은 다 얻은 듯 기뻤다. 자신만의 일을 발견했다. 오바마는 힘없고 소외당한 사람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기로 작정했다. 오바마의 희생적 봉사에 감동을 받은 시민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따르는 사람들의 무리가 점점 많아지자 상원의원이 되었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마틴 부버는 말했다. “역사의 새로운 창조는 인간이 하나님과 맺고 있다고 굳게 믿는 관계와 정체성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창만/목사·AG 뉴욕 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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