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거리는 것도 모자라 말 그대로 물고 뜯을 것 같다.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라고 했나. 시진핑 시대에,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함께 중국형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신형 외교 방식 말이다.
“중국인들은 원칙과 굽히지 않는 기개가 있고, 고의적인 중상모략에 강력히 맞서 싸워 국가의 명예와 민족의 존엄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다.” 일찍이 왕이 중국외교부 장관이 한 말이다.
그게 신호탄이었나. 막말쯤은 예사다. 특정국가 지도자에게 공개적으로 악담을 퍼부어 대기도 한다. 그 한 예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중국 총영사 리양의 발언이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향해 ‘캐나다를 미국의 앞잡이(running dog)로 만들었다’고 비난을 퍼부은 것.
늑대전사들은 중화민족주의의 깃발을 날리며 독설과 함께 자유 민주주의 사회를 마구 휘젓고 다닌다. 다른 한편 인도에서, 홍콩에서, 신장위구르에서,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서, 대만해협에서 중국은 온갖 패악 질을 일삼고 있다. 사방에 적을 만들고 동시에 여러 나라와 맞서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왜. 도대체 왜. “초조감의 발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진단이다.
전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한다. 그러니까 미국 인구의 4배가 넘는다. 그 중국의 인구가 오는 2100년께에는 미국 인구보다 오히려 더 적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 들기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2019년 14억을 기록, 피크에 이르렀다는 것이 베이징의 발표다. 그러나 그 통계는 허구라는 것이 서방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인구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예상보다 급격히 줄기 시작, 지난해 현재 12억6,000만 정도로 추산된다는 것.
급격히 줄고 있는 중국 인구. 이는 베이징 당국자들에게는 ‘그레이 리노’(Gray Rhino-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계속 경고음을 내면서 빠르게 다가오는 위험)가 되고 있다고 할까.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은 시진핑이다. 인구전선에 몰려오는 거대한 먹구름을 망연자실 바라보며 시진핑은 자칫 중국몽을 이룰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초조감에 몹시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급격한 감소추세의 중국인구. 이는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전략 지정학적 위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단기적으로는 국제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 위협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그 침공 시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임박해 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 존 아퀼리노 제독의 말이다. 그는 상원군사위 청문회에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지배권 회복을 1순위로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중국 공산당 회생 여부는 대만문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 데이비슨 현 인도태평양 사령관 등 현역 미군 고위 장성들을 비롯해 대만의 정보소식통, 미국과 호주의 싱크 탱크 등도 하나같이 중국의 대만침공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전개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4년 2월 소치올림픽이 끝난 직후 크림 반도를 침공한 것을 예로 들어 중국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것.
무엇을 근거로 한 전망인가. 역시 중국의 인구동향에 근거한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급격한 고령화와 남초(男超)현상으로 특징 지어지는 중국 특유의 인구동향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이 1930년에서 2030년, 한 세기를 통해 겪게 된 인구 고령화를 한 세대 만에 경험하고 있다.’ 리얼클리어디펜스의 지적이다.
2023년에서 2032년 10년 동안 60~69세 연령층 인구는 1억5,800여 만에서 2억2,000여 만으로 느는 한편 30~39세 연령그룹은 2억3,300만 여명에서 1억7,000여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10년 남짓한 장래에 노년인구는 급증하는 반면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근로연령 인구는 급감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중국은 심각한 남성인구 과잉, 남초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지난 30여 년 간의 한 자녀 정책도입 결과로, 여성이 모자라 결혼을 할 수 없는 잉여 남성인구는 10~49세 사이 연령층에서만 오는 2023년 현재로 3,600여 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온다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성장세를 멈춘 중국경제가 더 심각한 나락에 빠져 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정황에서 사회불안에 휘발유를 끼얹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광곤(光棍)으로 불리는 거대한 잉여 남성 집단이다.
이 광곤의 무리는 역사의 고비마다, 그러니까 멀리 삼국시대에는 황건적으로 19세기에는 태평천국운동과 함께 청나라 왕조에 반기를 든 염군(捻軍)으로 시대변혁의 도화선 역할을 해왔다.
‘2023년~2032년의 기간’이 바로 심각한 경제난과 함께 광곤의 분노폭발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로 리얼클리어디펜스는 지적하면서 베이징은 ‘이 기간 어느 시점’에 그 분노의 파괴적 에너지를 외부로 돌리는 군사적 모험주의 도박에 나설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았다.
대대적인 중화민족주의의 고창과 함께. 외국이 아닌 오직 중국인민을 바라보며 펼치고 있는 전랑외교에서 그 일환이 드러나듯이.
‘… 지금 아니면 영원히 기회가 없지 않을까’- 이것이 베이징의 초조한 속내로 대만침공은 그만큼 임박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다. 맞는 전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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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