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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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 봄은 희망이다

2021-03-31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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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은 일본에 주권을 박탈당하고 36년간 국토를 점령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비참함 속에서도 한민족의 용트림은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시인 이상화의 시에서도 나라를 잃은 슬픔과, 아픔이 잘 표현돼 있지만 실제로는 나라를 되찾고 싶은 일종의 여망이 담겨있을 것이다.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뻬앗기겠네/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그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1997년도 한국의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한 IMF 외환위기 시절, 한국 국민은 좌절하지 않았다. 온 국민이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서 지니고 있던 금을 아낌없이 내놓아 국가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모두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결과이다.

1929년부터 10년간 미국 역사상 가장 길고 어둡게 스며든 경제 대공황 시절에도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중산층까지 무너지고 수백만 명이 직장을 잃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은 정신적, 문화적 충격까지 그야말로 비참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고난을 이기고 오늘에 이르렀다. 머지않아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절망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 그는 공포의 험난한 수용소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살아남아야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것이 그를 버티게 하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희망은 고난과 고통 속에서 싹튼다. 새싹도 겨우내 강추위와 혹한을 뚫고 나온다. 그러기에 봄을 희망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오랜 기간 사람들의 생활을 어둠으로 몰아넣었고 매일의 일상을 하루아침에 중단시켰다. 그래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 속에 더 슬기와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긴 1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봄이 성큼 찾아왔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반가운 소식들도 들리기 시작했다

의료진에 이어 30세 이상이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한 백신접종을 맞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민생 살리기 3차 경기 부양안 시행에 들어가 국민들의 궁핍한 생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골자는 1인당 1,400달러씩 현금 지원 및 오는 9월까지 추가 실업수당 400달러 지원 등이다. 식당도 실내 영업이 가능해지기 시작했고, 백신접종도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정부의 경기 부양안도 시행되고 있으니 경기는 자동적으로 풀릴 것이다.

계절은 만년 혹독한 추위의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도 오게 되어 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셀리도 자작시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라고 했다.

개인과 조직, 사회 패턴을 완전 바꾸어 버린 코로나19. 지난 한해 마스크로 뒤덮인 길거리 사람들 표정은 어둠과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추위가 풀리고 백신접종도 다 끝나면 좀 더 나은 환경, 좀 더 밝은 분위기로 바뀌지 않을까.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 라일락 꽃향기 가득한 봄기운이 우리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 곳곳에 넘치기를 기원해 본다.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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