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산속 누비는 심마니, 산삼 대중화 앞장”

2021-03-31 (수)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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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 & 비즈니스 - ‘심마니 장석훈의 천종산삼’ 장석훈 대표
매년 8~10월 웨스트버지니아서 직접 채취, “씨뿌려 재배한 장뇌삼 보다 사포닌이 5배”

▶ ‘가성비 좋다’ 고객들이 먼저 입소문 내줘…작년 ‘카페 더 반’ 열고 수익 전부 선교사업에

“미국 산속 누비는 심마니, 산삼 대중화 앞장”

직접 천종산삼을 채취해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해 대중화시킨 장석훈 대표는 지난해 선교를 지원하는 카페 더 반을 열어 목적이 있는 공생의 삶을 시작했다. [박상혁 기자]

테크놀러지가 농사에 침투됐다. 스마트팜이 인기다. 농사 기술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 지능화된 농장이다. 사물 인터넷 기술로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 습도, 햇볕을 변화시킨다. 모바일로 원격 관리도 한다. 농업 혁명이다. 스마트팜은 산삼도 대중화시키고 있다. 100년 근 이상 산삼 잔뿌리를 배양, 산삼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배양근을 생산한다. 이런 산양산삼은 수십일 만에 판매도 가능하다. 구독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반면 천종 산삼은 자연그대로 산에서 난다. 새가 자연생 산삼열매를 먹고 배설해 자란다. 심마니들은 ‘천종’으로 부르며 최상급으로 여긴다.

천종은 하늘 천, 씨 종. 하늘에서 주신 씨앗이다. 깊은 산속 산이 품어 키웠다. 그래서 더디게 자란다. 적당한 습기, 그늘, 통풍이 필수다.

‘심마니 장석훈의 천종산삼’의 장석훈 대표는 북아메리카의 심마니다. 직접 천종산삼을 캔다. 해마다 8월 중순부터 10월말까지 웨스트 버지니아 산속에서 채취한다. 고수다.


산삼 주요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북미지역에서도 산삼이 있다. 현재 실질적 산삼 수출국 1위는 미국이다.

산삼이 나는 지역은 오하이오, 캔자스 시티, 뉴욕주 등 26개주로 주로 동부지역이다. 위스콘신, 일리노이 산은 평지산이다. 비탈지고 배수가 좋은 웨스트 버지니아,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산삼이 약효가 좋다.

어릴 적 경상도 문경새재에서 성장한 장 대표는 17세부터 제조업에서 일을 시작, 무역업을 거쳐 18년 째 천종산삼을 직접 캐고 연방 농림부 인증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고객의 경험은 장 대표 비즈니스 핵심 자산이다. 고객은 가성비를 중시한다. 직접 채취한 천종산삼을 합리적 가격으로 구입, 약효를 본 고객의 경험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비상업적인 가치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찬서리, 강풍을 견디며 100년을 살아내는 산삼같이 지난 50년동안 장 대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인생의 극한 추위를 견뎠다.

천종산삼 대중화에 이어 지난해 LA 한인타운에 ‘카페 더 반’(Cafe The Barn)을 연 장 대표는 목적있는 공생의 삶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문경새재 첩첩산골에서 자랐다. 자연스럽게 산을 접했다. 도라지, 더덕, 송이버섯을 캐먹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 당시 집한 채 값인 산삼도 캐러 다녔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둘째인 아버지는 60리나 떨어진 골짜기 남의 밭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가을 농사를 지어 세경을 주고 봄에 돈을 빌렸다. 농사는 정말 고생스러웠다. 그 삶을 봤다. 중학교를 보내달라고 했지만 농사지으라는 말만 들었다.


1973년, 14세에 주어진 삶에 도전했다. 서울로 상경, 낮에는 가방 공장에서 기술을 익히고 밤에는 야학으로 공부했다. 가방이든 공부든 배우는 것이 재밌었다.

17세부터는 익힌 기술로 독립했다. 처음에 가죽 한 장을 사서 가방을 만들어 판매했다. 지하상가부터 신세계백화점까지 모두 문을 두드렸다. 곧 가죽 한 장에서 2장, 10장, 100장으로 바뀌었다.

당장 문경으로 내려가 막내 동생을 업고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왔다. 1978년 무역회사에 납품을 시작했다. 대량 주문에 공장도 늘렸다. 하지만 무역회사가 부도나면서 수 억 빚을 떠안았다. 사당동 2층 집이 650~700만원 하던 시절, 사당동 산동네 하나를 살 수 있을 만큼 큰 돈이었다.

88년에는 삼성동 무역회관(현 한국종합무역센터) 초창기 때 쇼룸을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했다. 중국가서 공장 생산과 미국 바이어 사이 고민했다. 89년, 7개 컨테이너에 가방을 싣고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94년에는 LA로 옮겨 비즈니스를 했다.

2000년 초 콜로라도 덴버로 다시 터전을 옮겼다. 공기가 좋은 그 곳은 마치 고향 문경 같았다. 덴버에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산행하게 됐다. 익숙한 차가버섯, 상황버섯, 도라지, 신선초가 지천에 있었다. 캐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었다. 친구가 아파 미국에 산삼이 있는지 알아봤다. 웨스트 버지니아에서 산삼을 캐서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뉴욕까지는 7시간. 산삼을 채취해서 뉴욕가서 방문 판매를 시작하다가 마켓 안 상점에서 팔았다. 잘 팔렸다. 2010년에는 LA에 천종산삼 매장을 열었다.

현재 천종산삼은 LA 본사 외 부에나팍과 뉴욕에 매장이 있다.

장대표는 10년째 웨스트 버지니아 산속에서 직접 산삼을 채취한다. 혼자 캐는 양은 500~700파운드, 1년 판매양을 채취한다.

산삼은 사포린 함유량에 따라 약효 차이가 다르다. 장대표는 “좋은 산삼은 주름이 많고 뇌두가 길다”며 “씨를 뿌려 재배하는 장뇌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5배 많다”고 말했다.

연방농림부는 산삼 채취를 9월1일부터 12월까지 허가한다. 산삼 잎이 떨어지면 찾을 수 없다. 웨스트 버지니아는 10월말까지 채취가 가능하다. 장대표는 차에 싣기 전 퍼밋에 채취한 산삼 파운드를 기재한다. 농림부에서 어느 지역, 어느 산인지 기재하고 서티피케이션을 받아야 LAX 공항에서 확인할 때 문제가 없다. 정식으로 산삼을 유통하기 위해서는 딜러 라이선스도 필수다.

장 대표는 “산삼에는 56가지 사포닌이 인삼에는 6가지가 함유되어 있어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며 “몸이 아프거나 면역체계 무너졌을 때 인삼 보다는 산삼을 먹으면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면역력을 올리려면 산삼을 두 달 정도 먹는 것을 권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월 한인타운에 카페 더 반을 열었다. 모든 수익은 선교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비즈니스는 사회환원이 되어야 한다는 장대표는 “천종산삼은 하늘에서 주시는 선물”이라며 “카페의 전 수익을 선교지에 보내고 구제활동을 하는 것이 다시 하늘로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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