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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비어의 사회학

2021-03-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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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소 조용해 진 것 같다. 한 주가 지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접종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이 그렇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맞은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다른 백신, 혹은 영양액일 것이라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 의혹이 확산되자 방역당국은 해명자료를 내며 부인했고 경찰은 관련 댓글 등에 대한 전면내사에 들어갔다.

한 마디로 가관이다. 동시에 드는 생각은 이 해프닝을 세계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자칫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대 국민 사기 쇼나 하는 인격파탄자로 비쳐질 것 같아서다.


팩트는 이렇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정성에 대해 말이 많다. 그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이 나섰다. 그 백신을 접종하면서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단지 너무 재다가 쇼-업의 타이밍이 늦어졌다고 할까.

그럴 리도 없지만, 다른 백신을 접종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려고 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주사기 바꿔치기 운운은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만 증폭됐으니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주장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가 되겠다’- 청와대 입성과 함께 문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리고 바로 한국의 전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던 것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흰 셔츠 차림으로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문 정부는 ‘소통 정부’가 아닌 ‘쇼통 정부’임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정권홍보에 이용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도라는 게 있다.

문 정부의 경우는국민에게 공개된 대통령의 동선은 보여주기 기획성의 이벤트가 아닌 것이 찾기가 힘 들 정도다.


그런 정황에서 다른 한편 계속 불거져 나온 것이 각종 비리 의혹이다. 조국사태에서 라임사태, 태양광 비리, 청와대 개입 부정선거 의혹, 그리고 LH 사태 등에 이르기까지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나라를 뒤 흔드는 비리가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문 대통령은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생색나는 일에는 반드시 얼굴을 디밀었다. 그리고 예쁜 얘기만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편 가르기를 통해 상황 호도에 나서면서.

대통령의 그 모습이 그렇다. 점차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이벤트로 비쳐졌다. 오히려 부정과 무능을 쇼로 분칠하는 행위로 비쳐졌다고 할까. 결과는 불신풍조 만연이다.

뭐랄까. 공산주의 독재체제에서나 볼 수 있는 제도권 언론매체 불신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할까. 신문에 기사가 나면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소문으로 번지면 믿는다. 그러니까 공식적인 보도보다 유언비어가 더 신뢰를 받는 그런 상황에 이를 정도로.

신뢰가 무너질 때 허위는 힘을 얻는다. 가짜뉴스에 사람들은 더 귀를 기울인다. 그게 유언비어 사회학의 기본 원칙이다.

진정한 소통과는 거리가 먼, 아닌 오직 ‘쇼통’에만 매달리는 문 대통령. 그 ‘쇼통’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쌓인 게 참담하기 짝이 없는 이번 가짜뉴스 소동의 근본 원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은 자업자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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