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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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시민혁명과 민주주의

2021-03-29 (월)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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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회 태동기에 인류사회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가장 이상적인 정치제도로 완성시킨 것이 민주주의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시민혁명을 필두로 각 국가의 시민혁명은 절대적인 역할을 하였다. 공산주의 혁명이 반세기만에 무너졌지만 민주주의는 꽃을 피우며 자유시장 경제를 발판으로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이 되었다.

현대사회에 접어들며 군부정권과 공산주의 독재를 경험한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너무도 많은 피를 흘렸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이념은 군부와 독재정권에 의해 철저히 짓밝혔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의 열망은 더욱 거세졌다.


대표적으로 1980년 5.18광주항쟁은 민주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이 항거한 한국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다. 서구사회보다 상대적으로 민주화가 늦은 동아시아에서 광주항쟁이 각국가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광주항쟁은 1987년 6월항쟁으로 결실을 맺어 대한민국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 이르는 오랜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국민직선제 개헌을 통해 드디어 민주국가가 되었다.

광주항쟁을 롤 모델로 미얀마 민주화 혁명은 이제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 속에서 향후 성공적인 시민혁명의 전례가 될 것이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학살된 1988년 88혁명으로 26년간의 네윈정권이 몰락하고 아웅산 수치가 민주주의 지도자로 부각되며 군부독재에 항거한 끈질긴 민주화 투쟁은 2021년의 투쟁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 쟁취가 외세의 압력이나 간섭없이 한국시민들의 힘으로 일군 것이라면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정치의 각종 장애요인들을 간과할 수 없다. 미얀마 사태를 계기로 국제정치의 키워드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인 샤프란 혁명이 일어난 2007년 이후 미국은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아시아·태평양으로의 귀환 전략을 발표했다. 대중국 봉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봉쇄망을 뚫고 인도양으로 나가려는 중국 모두에게 미얀마는 지정학적인 접점이 된 것이다.

변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미얀마 군부는 대외적으로는 개방하고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고립과 국제적 제재 앞에서 유일한 대외창구였던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에 대한 반발도 작용했다. 시민들의 반중국 정서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군부의 권력과 경제이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므로 미얀마 민주화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새로이 출범한 임시민주정부가 군사정권과 충돌할 경우 내전으로 번져 더욱 많은 희생이 따르게 될 것이다. 해법은 유엔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여 미얀마 민주정부와 협력하여 군부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정부 수립을 도와 민주화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비토 파워를 행사할 경우 실현가능성이 없다.


미국은 9.11 테러후 유엔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테러세력의 근절과 민주정권 수립이라는 명목으로 아프카니탄 전쟁과 이라크전쟁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냈다. 미국이 미얀마의 민주정권 수립을 지지할 경우 동맹국을 중심으로 다국적 평화군을 결성하며 미얀마 민주화에 절대적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는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 각종 도로와 항만은 물론 경제 식민지화로 미얀마를 장악하는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외교정책이 탄력을 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무역충돌마저 불사하면서 대중국 봉쇄에 나선 미국이 중국을 미얀마에서 완전히 축출할 수 있는 외교전략이 절실해질때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자 동맹주의를 주창하는 바이든은 쿼드 국가인 인도, 호주, 일본은 물론 한국과 연계해 미얀마 민주화 지원이라는 명분하에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파견해야 한다. 이는 미얀마에서 중국을 축출하여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 진출의 판로를 봉쇄함은 물론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로서 미얀마 민주화 성공을 이끄는 외교적 결실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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