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중국인으로 아프리카에서 산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아프리카 인들도 코비드-19 팬데믹의 당사자로 중국을 비난했다.
반면 중국은 아프리카 인들이 무분별하게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반격했다. 지난해 3~4월 광조우에 거주하던 아프리카 인들이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이 광경이 영상으로 퍼졌다. 아프리카의 여론이 들끓었다. ‘인종차별주의자 중국인을 추방하라’는 해시태그가 트윗을 통해 퍼져 나갔다.
베이징이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아프리카에 의료장비를 제공하고 의료진을 급파했다. 중국산 백신도 공급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마스크 외교’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나이지리아 등 한 때 중국을 비난하던 나라도 ‘양국 관계에 만족할 만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입장을 바꿨다.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은 서방국가, 특히 미국의 대척점에 서 있다. 트럼프는 재임 4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 한 번도 발을 내딛지 않은 미국의 국가 원수였다. 27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러는 새 중국은 아프리카의 강력한 동반자 자리를 굳혔다.
팬데믹 와중에 미국과 유럽이 아프리카를 도외시한 반면, 중국은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의 무상 공여와 백신 전략으로 아프리카에서 ‘선의’를 인정받았다. ‘책임있는 글로벌 파워’라는 말도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천명했지만 중국을 앞지르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말이 나온다.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의 ‘범 아프리카 경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부 사하라와 리비아를 연결하는 트랜스 마그레브 고속도로는 중국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의 하나로 꼽힌다. 북 아프리카를 동서로 연결하는 이 고속도로 건설에 중국은 지난 2015년부터 11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 일대의 1억 인구 중 6,000만명이 이 고속도로와 연결된다고 한다.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이 에티오피아와 아덴만의 소국 지부티를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공사를 맡았다. 이 지역의 물류 이동과 교역에 필요한 핵심 프로젝트였다. 남부에서는 중국과 나미비아가 아프리카 개발은행과 합작으로 3,000억 달러 규모의 항만 확장공사를 마무리했다.
서방은 중국의 아프리카 정책을 ‘빚의 올가미’를 씌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빚을 무기로 이 지역의 지배력을 쥐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온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너무 많이 풀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비난하는 나라들이 우리에게 해 준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02년 미국과 아프리카의 교역량은 중국의 2배였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미국의 교역량은 560억달러로 떨어진 반면, 중국의 대 아프리카 교역량은 근 2,000억달러에 근접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중국의 공세는 적극적이다. 유엔 산하 15개 기관 중에서 중국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등 4개 기구의 수장을 맡고 있다. FAO 수장에 중국 후보를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아프리카 각국에 영향력이 큰 카메룬에는 7,800만달러의 빚을 탕감해 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서방 위주의 국제기구에 대항하기 위해 아시안 기간산업 투자은행과 중국 개발은행 등도 발족했다. 중국 개발은행은 지난 2018년 현재 아프리카 43개국의 500개 프로젝트에 500억달러를 지원했다.
아프리카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 ‘마스크 외교’의 충돌음이 날카로워진다면 미국의 아시안들에겐 또 하나의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