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기참사의 나라 미국, 변해야한다

2021-03-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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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일어난 대형 총기참사로 미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애틀랜타 연쇄 총격참사로 8명이 희생된 지 6일만에, 콜로라도 주 볼더에서 10명의 무고한 생명이 스러졌다. 두 사건 모두 21세의 젊은 남성이 총기로 중무장하고 평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벌인 무차별 난사였다.

언젠가부터 미국은 대형 총기참사의 나라가 되었다. 학교에서, 교회에서, 영화관에서, 길거리에서 무고한 생명들이 한 순간에 희생되고 있다. 특히나 이번 참극은 누구나 일상적으로 가는 수퍼마켓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포와 위기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미국은 민간인 총기 보유율과 총기 사건사고에 따른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다.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이던 작년 한해 동안에만 총격으로 숨진 사람이 자살 포함 4만4,000명에 달한다. 하루 120명꼴이다.


콜로라도의 총격 용의자는 AR-15 반자동소총과 대용량 탄창으로 무장하고 방탄조끼까지 걸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볼더 시의회는 2018년 산탄총과 반자동소총 등 중화기의 판매금지조례를 제정했으나 바로 사건 10일전 폐지했고, 용의자는 6일전에 사들인 반자동소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또다시 총기규제를 외치는 여론이 비등하는 것은 당연하다. 총기 옹호론자들도 또다시 미국 헌법에 보장된 총기소지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나 사용될 반자동소총 같은 살상용 중화기와 대용량 탄창이 민간인들에게 버젓이 판매된다는 것이 상식적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남용에 대한 법적, 제도적 억제장치들이 제대로 마련돼야한다. 다행인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두 건의 참사가 일어나기 한달 전에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의무화와 공격용 총기 및 고용량 탄창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총기개혁안’을 선언했고,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연방의회가 즉각 입법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행정조치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년 간 되풀이돼온 총기 논란이 이번에도 흐지부지돼서는 안 된다. 총기규제는 미국이 안고 있는 최대 난제의 하나이지만 결코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드시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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