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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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만이 전부 아닌 한인교회

2021-03-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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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한인사회 각 분야에 예기치 못했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교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팬데믹으로 교인들이 함께 모여 드리는 대면 예배가 금지되면서 한인교회들은 디지털로 전환해야 했다.

긴박한 상황 속에 나온 당국의 긴급 명령에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많은 교회들은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차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비대면 예배형식에 안착하는 모습들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예배 진행과 교회 운영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많은 변화가 뒤따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회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성찬식을 가진 교회도 있었다. 온라인 헌금이 보편화되고 디지털 기술에 능숙한 봉사자들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비대면 예배가 지속되면서 교인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이 개선된 것도 그나마 작은 위로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금년 들어 백신접종이 확대되고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감소세를 나타내자 그동안 철저하게 대면 예배를 금지했던 주 정부와 지방정부들은 이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한적인 실내 예배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인교회들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면 예배를 재개할 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큰 교회들은 이미 조심스럽게 대면 예배를 시작했다. 물론 예배는 참석자 사전 등록과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같은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의 위협이 여전한 상태에서 실내 예배 참석을 꺼리는 교인들이 많아 예배 참석자 수는 당국의 허용치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이 갈수록 나아지고 접종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행되면 한인교회의 대면 예배 참석자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한인 교인들의 대면 예배 욕구는 너무 오래 억눌려 왔다.

온라인으로도 예배는 얼마든 드릴 수 있다. 하지만 한인교회의 역할과 기능은 단지 예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인교회들은 이민자인 교인들을 위해 사회적인, 그리고 사교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설문조사를 해 보면 70%에 가까운 한인들이 스스로를 크리스천이라고 응답한다. 한국의 종교 설문에서 나타나는 비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만큼 이민교회에 삶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예배와 설교를 통해서는 은혜를 받고 교회 구성원들 간의 접촉과 교류를 통해서는 정서적 위안과 정보를 얻는다. 새로운 비즈니스 고객을 만들기도 하고 인맥을 쌓기도 한다. 교회는 교인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정체성을 심어주는 등 2세 뿌리교육에서도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한인교회의 핵심적 역할들이 코로나19로 일시에 마비돼 버린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접촉을 갈구하는 동물이다. 디지털을 통한 온라인 접촉과 가상 체험만으로는 이런 욕구가 온전히 채워질 수 없다. 교회는 많은 한인 이민자들에게 이런 접촉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중심적인 기능을 해왔다.

한인교회가 이런 역할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팬데믹이 종식돼야 한다. 교회 문이 다시 열려 교인들로 예배당이 가득차고 친교실이 북적이는 그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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